▲ 홍사성 불교평론 주간
독일의 우승으로 끝난 ‘2014 브라질 월드컵’은 8월 한 달 내내 밤잠을 설치게 했다. 경기가 열린 날이면 지구촌은 환희와 감동과 눈물과 한숨이 교차했다.

우리나라는 목표했던 16강 진출이 좌절돼 선수단이 공항에서 엿세례를 받았다. 그러나 스포츠에서는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 4년 뒤 러시아 대회에서는 또 어떤 드라마가 만들어질 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이번 월드컵이 만들어낸 수많은 화제 중에서 오래 기억에 남을 장면이 하나 있다. 우승 세레머니를 하던 독일 선수단이 누군가의 유니폼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던 모습이다. 유니폼에는 백넘버 21번이 새겨져 있었는데, 이는 독일대표팀의 미드필더 루이스 선수의 옷이었다. 유럽 예선에서 헌신적 플레이로 독일을 본선에 올려놓았지만 부상 때문에 브라질에 못 온 선수다. 동료들은 그 아픔과 좌절을 헤아렸다. 우승이 확정되자 결승골을 넣은 괴체 선수가 그의 유니폼을 내걸었다. 독일의 우승에는 경기력 못지않게 이런 동료애와 우정이 한 몫했을 것이다.

부처님 제자 중에도 유난히 우정이 두터웠던 사람이 있다. 사리풋타와 목갈라나다. 두 사람은 원래 산자야라는 외도의 제자였는데 더 훌륭한 스승을 만나면 함께 찾아가 수행하자는 약속을 했다. 이후 사리풋타가 먼저 부처님 교단으로 출가하자 목갈라나는 친구의 선택을 믿고 함께 따라왔다. 이들은 서로를 ‘진리의 길을 함께 가는 길벗(道伴)’이라 부르면서 각별한 우정을 나누었다. 나중에는 죽음의 길까지 동행했다. 초기 불교교단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처럼 서로를 아끼고 신뢰하는 좋은 도반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출가자들의 생활을 기록한 <율장>을 보면 병든 도반을 위해 정성을 다해 위로하고 간병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부처님도 잡아함 <선지식경>에서 ‘좋은 도반은 수행을 완성하는 조건의 절반이 아니라 전부’라고 가르쳤다. 좋은 친구가 인생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좋은 친구는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중국의 고사 관포지교(管鮑之交)는 그 조건으로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하고 고통과 슬픔까지 함께 나눌 것을 암시한다. 살다보면 친구 때문에 뜻밖의 속앓이를 해야 할 경우가 있다. 그때는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이해해야 한다. 누구도 완전할 수는 없다. 혹시 친구로 인해 섭섭한 적이 있는가. 그때는 내가 먼저 전화라도 걸어 안부를 묻자. 우정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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