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이론, 디지털 시대 대비 교육 등 다방면에서 낙제점

많은 신문방송학과 신입생들이 기자나 프로듀서 혹은 아나운서와 같은 언론인을 꿈꾸며 입학한다. 하지만 3, 4학년이 되면서 이런 목표를 유지하는 학생의 수는 급격하게 줄어든다. 학과 수업이 현실과 동떨어진 이론 중심인데다가 실습 과목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세대, 서울대, 중앙대 등 언론학과로 유명한 여러 대학의 커리큘럼 반 이상은 이론수업이다. 연세대는 50개의 개설과목 중 35개가 이론 수업이며 서울대는 40개 중 37개, 중앙대는 58개 중 49개가 이론 수업에 해당된다. 또 교수진의 다수가 실무 경험이 없기 때문에 실습교육은 대부분 외부강사로 채워지는 경우가 많다.

▲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김성해 교수.

지난해 ‘디지털 시대의 저널리즘 교육’이라는 연구서를 발표한 김성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국내 언론 관련 학과들이 이론과 실무의 균형을 잃었다고 지적한다. 또 언론인 출신 교수진의 부재가 교육의 한계를 가져온다고 말한다. 그는 이러한 문제점들의 원인 중 하나가 “커뮤니케이션과 홍보, 저널리즘이 하나로 섞여있는 학과 교육과정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대학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신방과의 교과 과정에는 예비 언론인에게 가장 필요한 저널리즘 윤리 관련 수업이 단 하나뿐이다. 또 교과 과정 대부분이 이론 수업으로 이루어져 있다. 실습수업은 유명무실하다. 저학년 대상 수업인 '방송제작론' 같은 경우 한 학기동안 촬영부터 편집까지 교수의 지도 없이 진행된다. 수업에 필요한 기자재 또한 학생들이 알아서 마련해야 하며 신방과의 유일한 실습실에는 영상 편집과 신문 제작을 위한 장비도 변변치 않다. 이에 황준철(신문방송4) 학생회장은 “몇 년째 학과 커리큘럼 변화와 실습과목 증대, 실습실 개선 등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학생들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외면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자재 확충, 실습과목 증가와 같은 커리큘럼 변화를 시도하는 학교들이 나타나고 있다. 고려대 미디어학부는 직접 경찰서에 취재를 가는 프로그램과 다큐멘터리 영상 제작 수업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국내 최초로 신방과를 개설했던 중앙대는 올해부터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로 명칭을 변경했다. 또, 미디어콘텐츠전공은 디지털미디어콘텐츠전공으로 변경되는 등 기존의 전공을 디지털시대에 맞게 개편했다. 이 외에도 성신여대의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과는 최신식 시스템을 갖춘 방송 스튜디오와 편집실을 마련해 실습 환경을 개선시켰다. 

이화여대에 재학 중인 정채윤(언론정보학과3)  씨는 “기사작성 기초 같은 실습수업은 너무 광범위한 형식을 다루려고 해 수박 겉핥기식으로만 배운다”며 학부 실습수업의 한계를 지적했다. 서강대 재학생 이동은(언론정보학과3) 씨도 “학과의 특성자체가 실용적인 학문인데 기본 원리만 가르친다”며 “수업 내용도 매해 같아 흥미롭지도 않고 뭔가를 배운 느낌이 없다”고 말했다.

김성해 교수는 이론과 실무의 균형을 잃은 어정쩡한 교육체계가 국내 언론 전공교육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한다. “학부 과정은 인문학적 견해를 넓히고 기본기를 탄탄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며 “직무교육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디지털 세대에 맞춰 마련돼야 한다”고 말한다. 시대 변화에 맞춘 진정한 언론인을 양성하려면 국내 대학도 변화가 시급하다. 한국디지털뉴스협회 임영섭 위원장은 “국내 저널리즘 교육과 산학연계성, 뉴미디어 전략 및 역량 등은 모든 면에서 낙제점”이라며 “한국은 가장 척박한 뉴미디어 시장 환경에 처해있다”고 말한다.

저널리즘 교육에 앞서 있는 미국은 이미 이러한 체계를 탄탄하게 갖추고 있다. 윤리 교육은 기본이고 디지털에 숙련될 수 있는 디지털 실무교육까지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미주리대학교에서는 무인 비행체를 활용한 ‘드론 저널리즘’이란 과목까지 개설돼 있다.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에서 열린 ‘온라인저널리즘 국제 심포지엄(ISOJ)’에서 스티브 리즈(Steeve Reese) 저널리즘스쿨 부학장은 “학생들이 전문 기자가 되는 과정에서 현재 미디어환경 변화에 대비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무엇보다도 저널리즘의 원칙을 잊지 말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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