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흡연부터 댓글논쟁까지 지리멸렬한 담배와의 싸움

▲ 학생회관 2층 창가에서 흡연 중인 학생.
 
중앙도서관에 흡연 경고장이 붙었다. 지난 9월 제2열람실에 흡연자가 있다는 제보와 함께 담배꽁초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도서관 뿐 아니라 학내 곳곳에서 실내 흡연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한 상태였다. 취재 결과 실내 흡연을 직접 확인한 곳은 학생회관, 화장실 등이다. 
 
심각한 실내 흡연 실태
학생회관에는 각 층마다 암묵적인 흡연 장소가 있다. 학생회관의 각 층 복도 끝에는 깡통이 재떨이로 놓여 있고 창문이 없는 반대편 복도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아 창문 난간은 침과 담배꽁초, 재가 뒤엉켜있었다. 금연스티커가 붙어있는 화장실도 예외는 아니었다. 본관 종합상황실 1층 여자화장실에는 담뱃재가 수북이 쌓여있었다. 
 
CCTV 관리 담당자 김태호 직원은 “중간고사 시험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학생회관의 실내흡연자는 꽤 많았다. 10월 22일부터 3일간 CCTV를 분석한 결과 약 100여명의 학생들이 복도에서 흡연을 한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생회관에서는 가끔씩 화재경보가 울리기도 한다. 담당자는 “학생회관 화재경보로 가장 최근 출동한 건 두 달 전쯤이다. 실내 흡연을 지적하면 때론 ‘학생자치 건물이니 상관말라’는 반발을 듣기도 한다”며 씁쓸해 했다. 
 
동아리연합회 김용우(광고4) 회장은 “학생회관 내 흡연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시설이 워낙 노후해 4, 5층 동아리들이 흡연하기 불편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달 말에 있을 전체동아리 회의에서 자체적인 규제방안을 모색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사회과학관 1층 입구에 쌓인 담배꽁초와 흡연 중인 학생.

유명무실한 흡연구역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에 따르면 대학은 건물 전체가 법정 금연 구역이지만 건물 외부에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흡연구역을 마련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우리대학도 각 건물마다 흡연지정 구역을 정하고 그 외의 모든 곳은 금연구역으로 지정해 놓았다. 그러나 금연구역 표지판이 무색 할 정도로 흡연구역은 잘 지켜지지 않는다. 산업시스템공학과 박모 군은 “흡연자들 사이에선 6시 이후면 사실상 전구역이 흡연구역이라는 말이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을 증언했다. 
 
학림관부터 사회과학관까지 신공학관을 제외한 11개 건물마다 각각 1곳의 지정흡연 구역이 있다. 하지만 만성적인 흡연구역은 학내 각 건물마다 2~3군데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신공학관 7층 벤치 주변과 사회과학관 3층 쓰레기통 앞은 항상 담배꽁초가 즐비하다. 신공학관 청소담당자 박옥자(62세) 씨는 “아침에 출근하면 7층 바닥에 버려진 담배꽁초가 200개가 넘는다. 하루에 7, 8번은 치우지만 소용이 없다”며 침과 담뱃재가 뒤엉켜 청소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신공학관 7층에서 자주 흡연한다는 한 대학원생은 “학생들 뿐 아니라 직원들까지도 종종 흡연하는 곳이다. 모두가 이곳에서 흡연하기 때문에 항상 이곳을 이용하게 된다”며 관례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눈이나 비가 오는 궂은 날이면 더욱 심해진다. 실제로 비가 오는 날 캠퍼스를 다니며 취재한 결과 건물입구는 자연스러운 흡연구역이 돼있었다.
 
한편 흡연구역과 금연구역의 경계가 모호한 곳도 많아 사실상 구역의 의미가 없는 곳도 많다. 신공학관 9층, 법학관 뒤 구름다리는 흡연구역과 금연구역 간 거리가 채 10여 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흡연자들이 흡연구역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이다.    
 
흡연권vs혐연권, 타협점은?
교내흡연 문제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논쟁거리다. 
 
우리대학 커뮤니티 ‘디연’과 페이스북 ‘동국대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에 지난 한 달간 10건이 넘는 글이 게시됐다. 타 대학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중앙대, 고려대 등은 학내에 흡연부스를 설치했지만 실효성이 없어 무용지물 됐다. 우리대학 또한 흡연부스 설치를 계획한 바 있지만 예산 문제로 중단됐다. 
 
건설관리팀 강진욱 팀원은 “한 대당 3,000만 원의 흡연부스를 학내에 제대로 설치하려면 적어도 3억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 외주 가판까지 고려해봤지만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됐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흡연권과 혐연권 사이에 타협점은 없는 것일까? 흡연부스 이외의 방안을 도입한 대학도 있다. 먼저 가천대의 경우 학생회가 교내 금연운동을 주도한다. 흡연구역과 금연구역을 명확히 구분하고 실내흡연 신고 제도를 도입했다. 또 봉사단을 모집해 금연구역의 흡연자들을 지정구역으로 안내했다. 이외에도 삼육대, 수원여대 등은 지역 보건소와 연계해 ‘금연 장학금’ 제도를 도입했다. 또 우리대학 경주캠퍼스를 포함한 4개 대학은 ‘금연동아리’를 결성하기도 했다. 
 
 CS경영팀 박현민 팀원은 “사실 흡연문제가 어느 한 부서나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시설과 제도, 규제와 자발적인 참여문화가 함께 이뤄져야한다고 생각한다”며 “학교, 학생회, 학내 미디어와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클린캠퍼스가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지만 교내흡연 문제는 여전히 심각한 실정이다. 흡연자들의 의식개선과 함께 실효성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때이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