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민경 신문방송 3.
교환학생으로 홍콩에 온지 한 달이 조금 안 됐을 무렵, 2017년에 있을 홍콩의 행정 수반 선거안에 반대하는 민주주의 시위가 벌어졌다. 학생들은 검은 옷을 입고 등교 했으며, 가슴에는 노란 리본을 달고 있었다.
시위가 절정이었던 국경절 연휴, 대규모 집회가 이루어지던 몽콕역에 가게 되었다. 직접 본 시위현장은 언론에서 비춰지는 것처럼 폭력적이고 위험한 상황은 없었다.

‘센트럴을 점령하라’라는 이름 뒤에는 ‘사랑과 평화로’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그들은 비폭력 불복종주의에 근거한 사랑과 평화가 넘치는 시위를 진행하고 있었다. 도로에는 무기 소지 금지, 내부에서 분란을 만들지 말자는 등의 원칙을 적은 피켓들이 붙어있었다. 더운 날씨에 지친 사람들을 위해 무료로 물과 음식, 신문, 노란 리본 등을 나눠주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시위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전문가들, 교수들은 거리에 나와 본 상황에 대한 강연, 의견 발표 등을 했다.

학생들의 행동을 존중할 뿐만 아니라 독려하는 교수들의 태도가 놀라웠다. 보이콧을 진행하던 주에 교수들은 출석체크를 하지 않았고, 수업내용을 녹취하여 결석한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게 배려했다.

그러나 현재 홍콩 정부는 공식적으로 시위대와 대화하길 거부했고, 중국의 언론 장악으로 정작 중국 사람들은 홍콩 상황의 심각성에 대해 모른다.

역사의 한 장면으로 남을 법한 이 순간이 그저 한 순간의 불타오름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묵묵부답인 정부의 문만 두드릴 것이 아니라 시위가 끝나도 함께 추구해 나아갈 미래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누구도 혁명 이후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지금과 같은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른다. 다음에 기회가 온다고 해도 어쩌면 그 때는 너무 늦었을지도 모른다. 움직이지 않던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며 희망을 보았다고 자평하기보다 사람들이 한 마음 한 뜻일 때 홍콩의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홍콩의 젊은 세대가 보여준 정치에 대한 진지한 고민, 참여는 분명 희망적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홍콩의 미래를, 홍콩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우리가 이 사례를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많은 사람들이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오늘날 한국은 모든 행동에 정치적인 색깔을 입혀 규정지어 버리고, 정치적 무관심이 팽배하다. 적극적으로 의사 표현을 하는 사람은 소수에 그친다. 진심으로 나라의 미래를 위해 한 마음으로 결집하고 행동할 수 있다는 것, 위기 상황에서도 질서와 공중도덕을 지키는 성숙한 시민 의식을 갖고 있는 모습에 보고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정치적 색깔론에 사로잡힌 편협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모두가 함께 추구해 나아가야 할 궁극적인 가치와 목표가 무엇인지, 또 그 과정에서 마주칠 어려움들을 어떻게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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