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학 102주년 기념 총장 기념사

2008년 5월 8일. 오늘은 우리 학교가 백년 하고도 두 번째 생일을 맞는 날입니다. 어느 샌가 한 세기의 큰 봉우리를 넘어 와서 이제 두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돌아보면 우리 걸어온 길은 시간의 아아한 산줄기, 굽이치는 역사의 격랑, 그리고 이 길을 오르고 건너며 20만 동문을 배출해낸 교학상장(敎學相長)의 대장정이었습니다.

사나운 사자의 이빨과 발톱도 어쩌지 못하는 수천수만 코끼리 떼의 행진이 어찌 우리의 길이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오래도록 밝은 눈과 굳센 다리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씩씩하고 또 씩씩했습니다. 

 5월 8일. 오늘은 마침 또 어버이날입니다. 세상의 모든 자녀가 어버이 생각하듯이, 오늘 우리는 백 살 하고도 새로 두 살을 더 자신 우리 동국대학교를 생각합니다. 백년의 어버이는 우리에게 용맹정진의 씨앗을 심어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씨앗의 힘으로 무럭무럭 자라왔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두 번에 걸친 폐교의 위기를 극복하고 한국전쟁과 4·19 혁명을 겪으면서도 우리는 그 용맹과 정진을 한시도 놓아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제 새로 백 두살. 머리를 고향 쪽으로 들어 겸허하게 예를 갖추고 다짐하기를, 우리가 어버이 동국대학교에서 사랑과 보살핌을 받은 것처럼 부지런히 손을 놀려 백년 뒤의 후배자녀들에게도 백절불굴의 기상을 전해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용맹정진과 백절불굴이 동국의 정신이요 자긍입니다. 우리는 어떤 때, 어떤 자리에서도 포기하거나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무기력하지도 않았으며 꿈을 잃어본 적도 없습니다. 진리와 학문과 정의와 실용이 모두 여기에서 나왔습니다.

동국 역사의 이런 두터움을 만해 한용운 선사는 ‘옛 탑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라 말씀해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이제 그 ‘알 수 없는 향기’가 21세기의 미래를 향하여 두루 퍼져 나가기를 우리 모두 서원합니다. 

 자랑스러운 동국가족 여러분, 우리 모두 이 깊숙한 역사의식과 미래의 꿈을 가지고 오늘의 기쁨을 자축하기로 합시다. 특히 오늘은 대학의 상징인 UI가 새로 태어나는 날입니다. 세상을 두루 비추는 부처님의 빛을 형상화한 새로운 UI는 이제 우리 대학의 새 얼굴이요 새 옷이 될 것입니다. 동국 발전을 위한 그간의 변화와 혁신의 과정이 이제 남산의 밝은 초록빛들과 함께 더욱 짙어지기를 부처님 전에 엎드려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오영교
동국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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