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환 중어중문학과 교수

지난 겨울방학 한 달간 타이완대학을 방문했을 때이다. 저녁 TV를 틀면 예능, 오락, 토론 프로그램을 막론하고 대부분이 ‘별에서 온 그대’에 관한 내용이었다. 저녁 뉴스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수일간 3,4꼭지 분량의 뉴스로 중화권에서의 ‘별 그대’열풍을 매일 빠짐없이 보도하였다. 이런 상황도 있었다.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폐활량을 늘린다며 전지현이 고무장갑을 불어서 부풀어 오르게 하는 연기가 있었다. 불로장생에 대해 욕구가 강한 타이완의 시청자들이 그것을 모방하였고, 의사들이 방송에 출연하여 이런 행위는 오히려 노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며 따라하지 말 것을 권하는 진풍경까지 방송을 탔다. 중화권에서의 ‘별 그대’ 열풍은 한마디로 상상을 초월하였다.  

왜 그럴까? ‘별에서 온 그대’의 전반적인 얼개가 중국기층문화의 근간인 초능력, 불로장생, 상상력과 환상 등 중국 고유의 도교적인 정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필자는 일찍이 언론을 통해서 소개한 적이 있다.

아울러 외계인으로 대변되는 다른 세계의 개체와 인간과의 사랑, 남가일몽, 구운몽, 자연에의 순응, 불교의 삼세관의 사유 등은 바로 ‘별 그대’의 키워드이자 동시에 중국문화의 핵심요소인 도불적인 내용들의 집합체인 것이다. 사실 이러한 문화한류의 창의성이 극대화될 수 있었던 것은 90년대 이후, 사회 각 부분에서 민주화의 진전과 더불어서 창작·사상·출판·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도적인 시스템이 구축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IMF국가부도라는 상황아래 개발지상주의 전통에 대한 성찰, 전통과 반전통이 대립과 조화, 동양문화와 서양문화의 충돌과 조화, 세대 간의 갈등의 표출과 조화가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시기였다. 한류 열풍의 첫 시작이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이었던 것에서도 그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문화적인 다양성과 민주화, 일본문화의 개방, 우수한 작가의 배양, 스토리텔링의 요소가 어우러져 21세기 한류문화의 탈지역성, 탈민족성, 혼종성 그리고 다원성이라는 변화를 추동하였고, 이것이 오늘 날의 한류열풍을 이끌어낸 핵심요소인 것이다.

지난 3월초, 중국 ‘양회(兩會)’기간에 중국 공산당 서열 6위인 왕치산이 전국인민대표대회 정부보고를 받는 공식자리에서 이례적으로 ‘별 그대’를 언급하였다. 중국문화예술계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서 분발을 촉구한 것이다. 중국의 예술감독 펑샤오강은 중국대중문화발전의 저해요인이 중국당국의 검열과 인가제도에 있다고 반발하였다. 구체적으로 자신이 지난 설날 중국 최대의 프로그램 ‘춘제완후이’을 연출하면서 “나의 상상의 날개가 꺾였다”고 고백하였다.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우려할 만한 퇴행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객이 전도된 한류스타 보여주기 식의 퍼포먼스가 되어 버린 아시안게임 개막식이 대표적이다. 사이버검열논란은 더욱 심각하다. 개인적인 표현의 자유를 위축한다는 면도 있지만, ‘문화한류’열풍을 지속하기 위해서도 우려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사회 전반적으로 다양성과 포용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