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중
의과대 교수

며칠 전인 2014년 9월 23일 필자는 경주에 있는 의과대학의 연구실에 있었다. 건물의 흔들림이 느껴졌고, 건물에 무슨 일이 있는지 알아보라고 조교를 내보냈었다. 조금 후에 규모 3.5의 지진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월성원전의 안전 문제였다.

후쿠시마 대지진 당시에 큰 지진이 일어났고 앞으로 동아시아 쪽에서 크고 작은 지진이 많을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음을 기억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지진에 의한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짐작이 대세를 이루었었다. 그러나 후쿠시마 대지진 이후 지진의 가능성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월성원전과 방폐장이 있는 경주에 지진이 많다는 것은 그동안의 통계로도 확인이 되고 있어서 우려스럽다. 유승희 의원이 정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월성원전과 경주 방폐장 인근지역에서 후쿠시마 대지진 이후 지진 발생빈도가 10배 이상 높아졌다고 한다.

유 의원은 “1981~1990년 연평균 0.3회 발생하던 지진이 2011~현재 연평균 3.5회 발생으로 약 11.7배 늘었다”며 “지진이 잦아지고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정부는 ‘문제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진 빈도의 상승은 경주가 다른 원전 지역, 즉, 부산, 울산, 영광, 울진보다 훨씬 심한 것이어서 특별하게 우려가 된다.

인류사에 남을 만 한 대형 핵사고는 그동안 3회 있었다.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 핵사고, 1986년 소련의 체르노빌 핵사고 그리고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핵사고이다. 필자는 이들 사고들의 원인이 다양한데 우선 주목한다. 개인의 실수, 과학자들의 실험 그리고 자연재해라는 다양한 원인이 핵사고를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이들 핵사고들이 모두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어났다는데 주목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실수들을 한다. 그리고 예측하지 못했던 자연재해를 만나기도 한다. 그러나 핵사고는 그 피해의 규모가 회복할 수 없는 규모라는 점에 주목해야한다. 수많은 교통사고가 매일 일어나지만 그런 사고가 국운을 꺾을 정도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핵사고는 이야기가 다르다. 체르노빌 핵사고는 구소련의 붕괴의 원인이 되었고, 후쿠시마 핵사고는 앞으로 일본의 국운을 꺾어놓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의 70%가 방사능에 오염된 나라가 어떻게 건강하게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핵사고의 규모는 국민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이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우리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한다. 그리고 감당할 수 없는 사고의 가능성이 있는 핵발전은 서서히 줄여가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원전을 늘리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또
한 지진의 위험이 가시화 되고 있는 경주에서 노후원전인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이 검토되고 있고 방폐장의 준공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너무나 우려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수많았던 위험신호와 경고들을 무시하고 수명연장을 해가면서 가동하다가 큰 사고를 맞이했던 후쿠시마로부터 배우는 것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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