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는 곳! INDIA

 

▲ 기차역의 아비규환, 인도는 항상 아비규환이다.

지금까지 많은 영화를 봤지만 그 중에서도 5번 이상 본 영화는 딱 두 개다. ‘트루먼쇼’ 그리고 ‘세얼간이’다. ‘트루먼쇼’는 중학생 때 처음 보았는데, 어른이 되고 다시 보아도 참 충격적인 영화이다.

내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것을 의심해보게 되니 말이다. ‘세얼간이’는 영화의 교훈적인 줄거리 그리고 각 배역들의 주옥같은 대사들, 무엇보다도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중간 중간 나오는 인도의 풍경들이다. 릭샤(오토바이 택시)들이 정신없이 다니는 친근한 풍경부터 라다크의 판공초로 가는 광활한 대자연까지 참 많은 것들을 보여준다. 인도에 처음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이 때부터였던 것 같다.

아비규환의 현장, 국경 넘어가기

네팔 포카라에서 육체의 휴식을 취하고 룸비니에선 정신의 휴식을 취하니 이젠 인도로 갈 준비가 된 것만 같았다. 비행기로 넘어가는 것이 아닌 악명이 높은 소나울리를 통해 육로로 넘어가는 경로여서 신경이 많이 쓰인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룸비니에서 만들어진 동행들 덕분에 이 엄청난 곳을 혼자서 지나가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인도라는 나라, 네팔에 있을 때부터 여행자들에게 들어와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역시 말로 듣는 것과 직접 경험하는 것은 천지차이였다. 국경에 들어서자마자 쉴 새 없이 들리는 자동차 경적소리, 국경을 걸어서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 뜬금없이 길거리에 나타나는 소들까지,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없었다. 이런 아비규환 속에서 발견한 국경 출입국 사무소, 보자마자 어이가 없어 말이 안 나왔다. 아니 무슨 사무소가 구멍가게 정도의 크기에다가 내부에 책상 몇 개와 직원 두 명이 다였다.

이 전에 네팔에서 만난 사람들이 국경을 넘을 때 출입국 사무소를 잘 찾아서 꼭 도장을 찍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하던 이유를 그제야 알았다. 그 아비규환의 시공간 속에서 잠시라도 정신을 놓았다간 그냥 출입국 사무소를 지나치고 순식간에 불법체류자가 되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출입국 사무소를 잘 찾아서 입국 신고를 하였고 불법체류자 신세는 면할 수 있었다. 입국신고를 끝내고 나오자 갑자기 인도인들의 호객행위가 시작되었다. 자기의 짚차를 타고 가라며 싸게 해주겠다고. 아... 입국신고를 했다고 끝이 난 것이 아니구나. 우린 바로 다음 도시로 이동해야하는 일정이었다. 다행히 동행이 많았던 덕분일까 서로를 의지하며 정신을 다잡을 수 있었고 저렴한 가격에 타협을 해 다음 목적지인 고락푸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제 정말 인도로 들어와 버린 것이다.

낯선, 그 곳에 다가가다

국경을 넘을 때 처음으로 겪는 일들에 대한 충격 때문이었을까 최종 목적지인 바라나시에 도착하자마자 몸살이 나버려 일주일동안 숙소에 뻗어버렸다. 동남아, 네팔의 여행까지 총 두 달을 배낭여행한 나였는데, 역시 그 정도만으로 인도에 대적하기엔 역부족이었나 보다.

인도에 도착한 뒤부터는 매일매일이 새로운 경험이었다. 문화가 달라도 어찌 이렇게 다를 수 있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충격적인 일들의 연속이었다. 매 시간이 흥정이었고 특히 릭샤(오토바이 택시)를 한 번이라도 타려면 거칠고 긴 흥정은 기본이다. 심지어 목적지에 도착한 다음에 흥정을 더 시도하는 릭샤꾼도 있다(이럴 때는 정말 화가 난다). 물건을 사려고 하면 정가제가 하나도 없다. 하다못해 물을 사려해도 흥정을 해야 했다(나중에 좀 적응을 한 뒤에서야 물건에 조그맣게 쓰여 있는 가격표를 볼 수 있었다). 가격표가 뻔히 쓰여 있는데도 사기치려하다니, 참 기가 찰 노릇이다. 그리고 길거리에 흩뿌려져있는 소똥들은 또 어찌나 많은지, 바라나시라는 곳에 가면 이런 속담이 있다. ‘바라나시에 가면 하늘을 볼 수 없을 것이다’ 그 이유는 소똥을 피하느라 계속 땅만 보고 가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길 가는 내내 발밑이 신경 쓰일 정도로 소똥이 많다. 그만큼 소도 많다. 좁은 골목에 소가 꼬리를 흔들고 있으면 갑자기 페르시아의 왕자 게임을 하게 된다. 소가 꼬리를 흔드는 타이밍을 잘 계산해 꼬리에 맞지 않고 빠르게 지나가야하기 때문이다. 이러니 내가 몸살이 안 걸리고 배기겠는가.

▲ 인도 바라나시의 소떼들, 덕분에 소똥이 너무 많아 하늘을 볼 시간이 없다.

역설과 모순이 조화되는 곳, 인도

이외에도 참 다양한 문화충격이 존재하지만 다 설명하다보면 동대신문 전체 페이지를 다 써도 모자를 것이다. 인도는 이렇게 시작부터가 어마무시한 곳이었다. 보통 인도를 다녀온 많은 사람들은 인도에 대해 좋았던 기억만 쓰는 경향이 많다.

어떻게 보면 그게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안 좋은 것은 쉽게 잊어지고 기억은 미화돼 추억이 되기 쉬우니까 말이다. 물론 필자도 인도의 들었다 놨다하는 매력에 감염돼 3개월이나 머물렀었다. 하지만 인도를 좋은 것만으로 묘사하기엔 수많은 모순이 생겨버린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인도의 매력은 끝없는 절망을 안겨준 뒤 아주 적은 희망과 기쁨으로 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도를 이야기할 때 이 절망을 뺀다면 이 후의 행복을 설명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앞으로 연재될 인도 이야기에서 나의 경험을 최대한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담아보려 한다. 만약 세상에 둘도 없는 여행지를 꿈꾸는 여행자라면 앞으로의 이야기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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