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독립 애니메이션 축제 ‘인디애니페스트 2014’

 
한국 독립 애니메이션 영화제 ‘인디애니페스트 2014’가 독창적이고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엿새간의 축제를 마쳤다.
9월 25일부터 30일까지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열린 이 영화제는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협회장 나기용, 이하 KIAFA)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문화센터, 네이버 문화재단 등이 후원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인디애니페스트’는 뛰어난 독립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발굴하고 대중과 함께 소통하고자 기획된 영화제다.
이번 영화제에는 현직 감독들 뿐 아니라 일반인도 응모할 수 있는 부문을 만들어 참여 폭을 넓혔다. 또 상영이 끝난 뒤에는 ‘감독과의 대화’자리를 마련해 관객이 직접 작품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

수준 높고 개성 있는 작품들 선보여

‘인디애니페스트 2014’의 슬로건은 ‘열반’이었다. 열악한 제작 환경에서 작품을 만들어내는 애니메이터들의 모습을 고행을 이겨내고 열반에 이르는 수행자에 비유한 것이다.
이러한 주제에 걸맞게 ‘열반’의 경지에 오른 158편의 작품들이 23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상영됐다. 특히 올해는 CJ의 협찬을 받아 CGV명동역점에도 상영관이 마련됐다.
일반 감독들의 경쟁부문 ‘독립보행’과 학생 감독들의 경쟁부문 ‘새벽비행’은 영화제의 백미였다. 예심에서 총 217편의 작품들이 접수됐으며 이 중 독립보행 부문 18편, 새벽비행 부문 21편이 선출됐다.
이외에도 해마다 새로운 테마로 작품들을 선보이는 ‘파노라마’섹션, 지난 대상 수상작 등을 재상영하는 ‘국내초청’섹션, 일본과 호주 등지의 독립 애니메이션을 엮은 ‘해외스페셜’섹션이 있었다.
장편 섹션도 처음으로 도입됐다. 한국 문학을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각색한 ‘메밀꽃, 운수 좋은 날, 봄봄’ 등이 준비됐다.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는 애니메이션 상영 외에도 전시회, 특별 공연, 프리마켓 등의 부대행사가 마련됐다.

▲ ‘인디의 별’을 수상한 황보새별 감독의 ‘디스크조각모음’.
‘디스크조각모음’ 인디의 별 수상

영화제의 대상격인 ‘인디의 별’은 황보새별 감독이 차지했다. 작품 ‘디스크조각모음’은 컴퓨터 프로그램 화면을 차용한 독특한 영상구성을 선보였다. 황보 감독은 “컴퓨터가 인간의 뇌 시스템과 닮아있다는 점에 착안해 인간의 기억을 디지털로 표현해봤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작년 인디의 별 수상자였던 정다희 감독은 신작 ‘의자 위의 남자’를 통해 ‘독립보행상’을 수상했다. ‘의자 위의 남자’는 실존에 대한 회의를 느낀 한 남자의 이야기로 우주와 방안의 공간을 넘나드는 관념적인 영상미가 돋보인 작품이다.

▲ ‘인디애니페스트 2014’ 수상자들의 모습.

독립애니메이션의 미래를 말하다

축제의 한 편에는 애니메이터들의 진지한 토론이 있었다. 28일 열린 좌담회는 독립애니메이션의 정체성과 미래를 고민해보기 위해 마련됐다. 개막식의 사회를 맡았던 윤재우 감독 외 12명의 감독들은 애니메이션 제작환경과 컨텐츠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했다.
정다희 감독은 열악한 제작환경에 대해 운을 뗐다. 정 감독은 “스텝 없이 단독으로 작업해야 겨우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밝히며 “국내에는 애니메이션 제작에 대한 지원은 있으나 배급과 수익에 대한 지원은 없다. 보다 적극적인 지원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극장용 애니메이션 ‘천년여우 여우비’를 제작한 이혜원 PD 역시 “독립영화는 상을 받고 유명해지면 대형 배급사에 픽업되지만 독립 애니메이션은 그렇지 않다. 다양한 작품이 성공으로 이어질 기회가 없다”며 애니메이션 시장의 기형적인 구조를 지적했다.
나기용 KIAFA협회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뜻을 가진 사람들이 사업단위나 조합을 만들 필요가 있다. KIAFA도 그런 취지에서 생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애니메이터들의 자체적인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작가, 에이전시, 프로듀서가 함께 고민해야할 것”을 강조했다.
이번 ‘인디애니페스트’는 단순한 축제를 넘어 독립 애니메이션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오간 자리였다.

▲ 지난 28일 좌담회에 참석한 12명의 감독.

한편 ‘인디애니페스트 2014’의 수상작은 다음과 같다.
▲축제의 별(관객상)=히어로는 없다(이홍수) ▲KIAFA 특별상=씨름(곽기혁) ▲음악/사운드부문 특별상=죄악의 나날(김예원)/말이 없는 시간(이순승) ▲초록이상=Beautiful(우진) ▲심사위원 특별=악심(이성강) ▲새벽비행상=Checking Man(이우진, 창지웅, 채정완) ▲독립보행상=의자 위의 남자(정다희) ▲인디의 별(대상)=디스크조각모음(황보새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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