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신인문학상 소설부문 당선자 정희선 동문 인터뷰

▲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소설부문 당선자 정희선(국어국문 05졸) 동문.

“당선되어 매우 기쁘지만 한 편으론 걱정되기도 합니다. 소설 ‘투명인간’의 저자 성석제 선생이 신춘문예 등단자들에게 ‘등단하는 그 순간부터 습작은 없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러면서 ‘제대로 해낼 수 없을 땐 내려가야 한다’고 까지 말씀하셨죠,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걱정입니다.” 제15회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소설 ‘쏘아올리다’로 소설부문 당선의 영광을 안은 정희선(국문 05졸) 동문은 당선의 기쁨보다 작가로서의 책임을 이야기하며 어깨가 무겁다고 말했다.

현실과 이상 사이의 고민

정희선 동문은 당선직후 중앙일보에 밝힌 당선소감을 통해 “이름들만 자꾸 떠오른다. 박문기·박제천·유임하·이우상·이유기·이원규·임후성·장영우·황종연 선생님. 선생님들의 수업을 선명히 기억한다고, 행복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 분들이 가꾸시는 밭에서 나는 건강한 뿌리를 뻗을 수 있었다. 마음 깊이 감사 드린다”학창시절 자신을 지도한 스승들의 이름을 헤아렸다. 정 동문은 또 “소설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희망적이고 잘 될 거라는 생각보다는 절망적인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강조했다.

어렸을 적부터 작가가 꿈이었다는 정 동문은 “대학생활 중 등단하는 동기들을 보며 나도 언젠간 하겠지 생각했다. 그러나 등단하는 것이 사법고시처럼 점수를 받아 합격하는 것이 아니니 미래를 장담할 수는 없었다. 직장생활을 하며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며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했던 습작시절을 떠올렸다.그런 정 동문이 글을 다시 써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가 있었다. 작년에 열렸던 락페스티벌에 참여한 미국 밴드 메탈리카의 공연이었다.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뭐하는 거지?’라는 생각을 했다”며  “그들을 보고 용기를 얻어 다시 한번 문단의 문을 두드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완성된 원고를 출력해서 손에 쥐었을 때의 성취감을 잊을 수가 없다는 정 동문은 “당선 전화를 받고 꿈을 꿨다. 집에 도둑이 들어 컴퓨터를 훔쳐갔는데, 원고를 저장해 놓은 노트북은 가져가지 않아 기뻐하며 꿈에서 깼다”며 밝게 웃었다.

“목표가 있는 사람이라면 나처럼 멀리 돌지 말고 곧장 그 길로 갔으면 한다”며 조금 더 빨리 목표를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는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지 묻는 질문에 “나에게 어떤 소설이 그랬듯이 아무도 내 문제에 대한 답을 주지 못했을 때, 답을 준 소설이 있다. 당장 그렇게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겠지만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어 “죽음, 강간 등 자극적인 소재가 등장하지 않는 착한 소설을 주로 쓰다가 사람들이 그런 소설에 익숙해질 때 쯤 누군가의 기대에 반하는 나쁜 소설을 쓰고 싶다”고 희망했다.

“학생 때 들은 얘기지만, 어느 정도 인지도 있는 작가의 연봉이 800만 원 남짓이라는 소리를 들었다”며 글 쓰는 사람이라면 전업 작가를 꿈꾸지만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정 동문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다른 일을 병행해야 한다. 다만 내가 지켜야 하는 것은 하루에 몇 시간만이라도 성실하게 써 보는 것, 생계에 매몰되어 글과 멀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국문과, 2년연속 중앙일보 소설 당선

당선작인 ‘쏘아올리다’의 주인공은 미대를 졸업했지만 전공과 무관하게 전화상담원으로 일하며 감정노동에 시달린다. 또 반지하에서 옥탑방까지 전전하다 겨우 빛이 잘 드는 5층 방에 안착한, 가난한 청춘의 곤경과 고난에 찬 일상이 묘사돼 있다.

심사를 맡았던 작가 권여선 씨와 성석제 씨는 “별 내용이나 사건이 없는데 소설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며 “세상이 세상을 지각하는 한 개인에게서 시작되고, 세상을 표상하는 것이 세상의 한 조각이라는 사실을, 소설이 가장 잘 보여준다고 할 때, ‘쏘아올리다’는 가히 모범답안”이라고 칭찬했다. 이어 “구석구석까지 따뜻한 실핏줄이 뻗어 있는 작품은 없었다”며 “소소한 평범성을 반짝거리게 만드는 힘은 아마 더 이상 손댈 필요가 없을 정도의 숨은 완성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밝히고 심사평을 마무리했다.

이번 정희선 동문의 당선은 여러가지 면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해 김덕희 동문이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소설부문에서 당선의 영광을 누린데 이어 올해도 정희선 동문이 당선되면서 2년 연속 중앙일보 신인문학상을 휩쓰는 문학동국의 저력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김덕희 동문과 정희선 동문은 입학년도는 다르지만 함께 졸업한 인연도 갖고 있다. 

매년 계속되는 동국문학의 문학상 당선 퍼레이드는 새로울 것이 없는 풍경이 된지 오래지만, 그렇다고 그 의미와 빛깔이 바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풍미를 더하는 장맛처럼 동국문학의 맛이 익어가는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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