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독립 언론은 어디까지 왔나

▲ '조세피난처 프로젝트' 공동취재 기자회견에서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왼쪽)와 최승호 PD(오른쪽)의 모습
지난해 한국기자협회가 창립 49주년을 기념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언론시장을 70% 넘게 독과점하고 있는 이른바 ‘조중동’은 ‘가장 신뢰하는 언론사는 어디입니까’라는 질문항목에서 조선일보(4.8%), 중앙일보(2.1%), 동아일보(1.1%)라는 낮은 신뢰 수준을 보였다. 세월호처럼 침몰해버린 우리 언론의 신뢰도는 이미 회복하기 어려운 임계점을 넘은 듯 하다. 이러한 기성 언론의 낮은 신뢰도를 파고 드는 언론이 바로 뉴스타파나 프레시안, 옥천신문, 단비뉴스 등의 인터넷 언론사들이다.

뉴스타파는 부당하게 해직된 언론인들이 중심이 되어 언론노조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진 언론사다. 뉴스타파는 광고 없이 후원회원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비영리 탐사언론기관이다. 이들은  “성역 없는 진실보도”를 모토로 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6월 한국 대표 언론사 자격으로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합작하여 ‘조세도피처의 한국인들’이라는 기사를 보도해 국내외의 큰 파장을 일으켰다. 국내 메이저 언론사들이 해내지 못한 보도였다. 상류층들의 부도덕한 탈세 혐의를 구체적 자료를 통해 밝혀냈다. 오랜 기간의 탐사보도를 통해 상류층들의 민낯을 드러내보인 대표적인 사례였다. 이 보도가 나온 후 국민들은 탐사보도의 가치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뉴스타파는 인터넷이라는 매체만 확보했을 뿐이다. 언론사 운영의 핵심인 재정 문제에 대해선 아직도 자유롭지 못하다. 취재를 위해 필요한 기자 채용을 비롯해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탐사보도의 취재비용은 아직도 이들이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요소다.

인터넷으로 운영되는 많은 독립언론들은 운영비용 마련을 위해 광고에 의존하고 있다. 광고는 높은 광고비를 지불하는 기업 등에 종속될 가능성이 크고, 이런 방향으로 가다 보면 결국 민감한 뉴스 생산에 방해를 받을 수도 있다. 또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팝업창과 선정적인 광고들 때문에 기사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기사 클릭 수를 의미하는 트래픽이 높아야 광고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로 인해 선정적인 기사를 생산하거나 기사 어뷰징을 통해 트래픽을 늘리는 기형적인 구조마저 생겨나고 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난 4월 경향신문을 통해 “온라인 매체는 포털을 통해서 클릭수가 올라가지 않으면 존재감 자체가 사라진다”면서 “기사답지 않은 기사를 통해서라도 수용자들에게 선택되어야만 존재가 증명되고 수입이 보존되다보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국내 독립언론들의 사활은 투명한 자본 확보에 달려 있다. 뉴스타파의 경우 정기 후원회원 35,165명의 회비로 운영된다. 미국의 경우 공정한 언론의 필요성을 인식한 많은 재벌가들이 독립 언론을 후원하거나 재단을 만들기도 한다. 안정적인 자본이 뒷받침되고 외부 압력에 자유로울 때 비로소 민감한 사안을 탐사보도 할 수 있고,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사가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프레시안은 작년 5월부터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또한 매월 후원금을 정기적으로 납부하는 후원회원 ‘프레시앙’을 모집하여 자본을 확보하기도 한다. 자본과 권력으로 부터 독립하려는 시도다.
아직 국내의 탐사보도 독립언론사들이 자리를 잡기 위해선 많은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다. 인지도도 그다지 높지 않고 영향력도 아직은 크지 않다. 협력과 연대가 필요한 이유다. 프레시안의 조합원이기도 한 오마이뉴스 박상규 기자는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은 경쟁 매체라기보다는 같이 가야만 서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진보의 파이 하나가 줄어든다고 해서 그 파이가 우리 오마이뉴스한테 오는 게 아니다. 같이 갈 때 그 파이가 커진다. 한쪽이 무너지면 우리도 힘들어진다.”고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진실을 보도하기 위해서는 막연한 사명감만으로는 부족하다. 복잡해지는 사회를 따라잡는 취재기법과 거기에 걸맞는 재정이 뒤따를 때 비로소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시민사회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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