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혁 고양예고 교사, 국어교욱과 01졸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온 것이 올해로 14년째입니다. 잠시 숨을 고르고 돌아보니 불혹에 이르렀고, 세상사에 미혹되지 않고 살아가야 하는데도 여전히 아이들과 부대끼며 갈등하고 미혹되며 살아가고 있는지라 부끄러움만 가득합니다.
요즘은 대학 입학 수시 전형 기간입니다. 대학 입학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학생과 학부모의 간절한 소망입니다. 그래서 입시 기간은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초조하고 긴장된 하루의 연속입니다.
학생들과 일일이 상담하면서, 학생의 능력과 수준, 소망, 거기에 학부모의 소망까지 더해 전략을 세워야 하는 입시 상담은 그야말로 전쟁입니다. 수없이 고민하고 전략을 짜 보아도 ‘합격’과 ‘불합격’의 경계선 속에서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가 지치기 마련입니다.
학생들과 입시 상담을 하게 되면 크게 세 가지로 전략을 세웁니다. 첫째는 합격을 전제로 하는 전략적 하향 지원, 둘째는 어렵지만 해 볼 만하다는 생각으로 하는 전략적 가능 지원, 셋째는 진학하고 싶은 학교에 소신을 앞세우는 상향 지원입니다.
전략적 하향 지원은 학생, 학부모, 교사가 모두 자신감을 바탕으로 희망을 갖지만, 전략적 가능 지원과 상향 지원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노심초사입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것이, 전략적 하향 지원으로 안심을 담보하기보다는 전략적 가능 지원과 상향 지원에 더 마음을 씁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합격하기를 소망하는 대학이 전략적 가능 지원과 상향 지원에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학생들은 항상 이렇게 묻고 또 부탁합니다.
“선생님, 제발 합격할 수 있게 기도해 주세요! 힘을 주세요!”
이럴 때마다 항상 학생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희망을 말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당부를 합니다. 하향이든, 가능이든, 상향이든 간에 결정하고 났으면 더 고민하지 말라고. 그 누구도 신경 쓰지 말고 나 자신만이 최선을 다 하라고 격려해 줍니다. 목표 달성을 위해 세운 계획의 연장선을 생각하지 말고 매 순간 최선을 다 하라고 강조해 줍니다.
학급 담임을 맡으면서 급훈을, ‘순간을 영원처럼’으로 정했습니다. 과거에 너무 집착하면 사람이 고루하게 되고, 밝은 미래만을 생각하면 몽상가가 되어 현재를 소홀히 할 수 있으니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 하자는 의미에서 급훈을 정했습니다. 최선을 다한 순간은 의미 있는 과거가 되고, 현재를 보람 있게 만들고, 결국 가치 있는 미래가 되지 않겠느냐는 말에 학생들은 긍정과 다짐의 눈빛을 보였습니다.
입시 전형을 치르고 있는 학생들에게도 1학년 때부터 순간을 영원처럼 소중하게 살자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번 추석 보름달은 다른 때와 달리 더 크게 보이는 ‘슈퍼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슈퍼문을 보며 학생들과 저를 위해 간절하게 기도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기원합니다.
‘학생들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게 해 주시고, 그에 걸맞은 결과를 만들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저 또한 순간을 영원처럼 살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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