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역과 일산역, 개발 열풍속 자리를 지킨 도심의 역사(驛舍)

▲ (좌)민자역사와 동거중인 신촌역 구역사. 철거위기에 몰렸으나 우여곡절 끝에 문화재로 지정됐다
(우)구 일산역사 뒤로 신역사가 보인다. 현재 구 일산역사 주위에 울타리가 세워져 있다.

강산이 10년도 안 돼 변하는 세상이다. 철도의 풍경도 예외가 아니다. 대도시일수록, 중심지일수록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와 같은 변화에도 제 자리를 지킨 역사가 있으니, 구 신촌역사와 일산역사가 그렇다. 도시 속에서 신역사가 건설되며 헐릴 위기에 놓였지만 위기를 딛고 문화재로 품격이 높아졌다. 2014년 3월 신촌역과 일산역을 같은 날 방문해 두 역의 모습을 보고 왔다. 신촌역사가 처음 세워진 것은 1920년대다. 서울은 물론 전국에서도 연장자 순위권에 당당히 들어간다. 이런 기록을 가진 신촌역이지만, 한때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질 뻔했다. 구 신촌역을 위기로 몰아간 것은 민자역사다.  신촌역 민자역사가 들어서면서 구 역사는 철거될 예정이었다고 한다. 이에 시민단체는 역사적 가치를 들어 신촌역사를 보존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그들의 노력 덕분에 2004년 신촌역은 등록문화재 제136호로 지정돼 건축폐기물 신세를 면했다. 구 역사는 박물관으로 쓰일 계획이었으나 그 계획이 성사되지는 못해 한동안 역 안을 찾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다가 신촌역 활용방안이 나왔는데, 건물을 관광안내센터로 활용하는 방법이었다. 약 5억3천만 원을 투자한 이 사업 덕택에 역사 내부와 역 주변이 정비됐다. 역 안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고 행인들도 역 안으로 들어와 잠시 쉬어가기도 하는 것을 목격했다. 역 한쪽에는 통근열차 시간표도 부착돼있어 과거 경의선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일산역은 2006년 등록문화재 제294호로 지정됐다. 문화재 직위를 얻은 후 신역사 공사가 이루어졌으니 신촌역에 비해 철거논란은 적었다. 일산역은 주변 아파트 숲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작고 허름했지만 승객을 꾸준히 맞이했다. 한때 경의선 새마을호가 정차해 경의선의 주요 역임을 자랑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의 구 일산역사은 구 신촌역사에 비해 초라하다. 구역사 너머로 보이는 신역사와 뚜렷하게 대비가 돼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역사는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어 역사 벽을 만지는 것조차 버겁다. 안으로 들어갈 수 없음은 물론이고, 창문을 통해 역 내부를 겨우 볼 수 있을 뿐이었다. 역 앞에 과거 경의선의 모습을 묘사한 안내판만이 과거 경의선의 모습과 일산역의 풍경을 짐작하게 하고 있지만 그것 외에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는 것은 딱히 없었다. 그렇다고 활용방안이 나온 것도 아니다. 당분간 일산역은 울타리의 보호를 받으며 속세와 단절된 삶을 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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