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소하는 기부에서 즐기며 참여하는 기부로”

 

▲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동참한 최민식(연극영화 89졸) 동문

요즘 SNS에서 꾸준한 인기를 보여주는 기부 캠페인이 있다. 몇몇은 이에 대해 사기라고 비난하기도 하고 몇몇은 이를 들어 기부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보기도 한다.

300만 명의 참가자와 1억 1,330만 달러(약 1,174억 1,279만 원 / 9월 15일 기준)의 기부금을 모금한 이 캠페인의 이름은 바로 아이스버킷 챌린지(이하 아이스버킷). 루게릭병(ALS,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미국 ALS협회가 진행 중인 릴레이 기부 캠페인이다.

참여방식은 간단하다. 지목받은 사람은 24시간 내에 얼음물을 뒤집어쓸지 100달러를 미국 ALS협회에 기부할지 선택한다. 기부를 했거나 얼음물을 뒤집어썼다면 다음 도전자 세 명을 지목하는 것으로 참여는 완료된다. 최근엔 기부를 하고도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것이 유행이 되어 많은 참가자들이 얼음물을 뒤집어쓰고 있다.

우리대학의 아이스버킷 챌린저들

전 세계인의 SNS를 뜨겁게 달군 아이스버킷 열풍에 우리대학도 달아올랐다. 영화 ‘명량’으로 국민들의 가슴을 울린 영화배우 최민식 동문, 지난해 드라마 ‘여왕의 교실’에서 연기력을 뽐냈던 탤런트 고현정 동문, 우리대학 경주캠퍼스 이계영 총장 등을 필두로 여러 학생들과 동문들이 아이스버킷에 참여해 나눔의 실천에 일조했다.

참가자 함재현(산업시스템공학과 11) 학생은 “지목 됐을 때는 당황스러웠지만, 이 기회를 놓치면 이러저런 핑계로 좋은 일을 하지 않을 것 같았다”며 아이스버킷 열풍에 참가하게 된 계기를 이야기했다.
참가 학생들은 대부분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기부문화에 대한 재인식을 이루어냈다는 것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참가자 김수정(국어국문ㆍ문예창작학부 14) 학생은 “다단계식 기부 방식을 통해 기부가 이어지는 것이 아름다웠다”며 종래 기부행사에 비해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아이스버킷 챌린지의 의의를 높게 평가했다.

불거지는 우려와 논란들

하지만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참가자들이 갈수록 기부보다 퍼포먼스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퍼포먼스성에 너무 주목한 나머지 과격한 ‘아이스버킷’을 하는 참가자들도 존재한다. 심각한 경우 ‘파이어버킷 챌린지’ 라며 온몸에 인화성 액체를 끼얹고 불을 붙인 후 물에 뛰어든 참가자도 있었다.

연예인들의 아이스버킷 또한 논란을 낳고 있다. 이들이 아이스버킷을 홍보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일부 연예인들은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과정을 선정적으로 보여주기도 해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이에 대해 우리대학 아이스버킷 챌린지 참가자 왕여진(중어중문학과 11) 학생은 “아이스버킷이라는 행위의 의미를 너무 쉽게 생각해서는 안된다”며 위와 같은 보여주기 식 퍼포먼스가 횡횡한다면 결국엔 퍼포먼스만 남은 캠페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이뿐 아니라 기부금에 대한 논란도 터져 나왔다. 최근 미국의 풍자 전문 매체 ‘폴리티컬 이어스(Political Ears)’는 작년 미국 ALS협회에 기부된 기부금 중 27%만이 루게릭병 연구를 위해 사용 됐다며 기부금이 부적절하게 사용되지는 않았는지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미국 ALS협회는 “지난해, 우리는 연구비 28%를 포함해 총 예산의 79%를 자선 프로그램과 서비스 등에 지출했다”고 밝히는 등 제시된 여러 문제점들에 대해 반박하고 기부금이 공정하게 사용되고 있음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미 사람들 사이에서 아이스버킷이 사기라는 풍문이 떠돌아다니고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얼음물을 통해 시작된 기부문화의 변화

여러 논란들로 인해 아이스버킷의 열기는 한풀 꺾였지만, 여전히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아이스버킷에 힘입어, 현재 미국 ALS협회의 기부금은 지난해 대비 36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평론가 김현식 씨는 아이스버킷을 “기존의 읍소하는 기부 문화에서 벗어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포용과 자유의 여지를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여타 선진국들에 비해 기부문화가 잘 자리 잡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었던 우리나라에게 아이스버킷은 새로운 의미를 던지기도 했다.

또 문화평론가 하재근 씨는 "뜨겁게 달아오른 기부 열풍이 단순 일회성의 유희문화로 막을 내려서는 안 된다"며 아이스버킷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에게 남은 것이 ‘얼음물을 뒤집어썼다’뿐이라면 아이스버킷이 쏟아 부은 것은 단순한 얼음물이 될 거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안타까운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아이스버킷과 같은 기부 문화의 제도화, 혹은 사회 시스템화 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차가운 얼음물이 누구를 위해, 어디로 쏟아져야 하는지, 오늘도 수많은 고민들이 빈 양동이를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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