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 꿈꾸며 살았던 16년의 시간, 이제 출발선에 서다

▲ 이인건 동문.


이인건 동문(신문방송 13졸)이 방송반을 처음 본건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종례시간이 되면 늘 교내 방송반 담당이셨던 담임선생님을 모시러 갔었고 그 때부터 자연스럽게 방송반은 그의 놀이터가 됐다. 꼬마의 똘망똘망한 눈에 비친 그곳은 새로운 세계였다. 그렇게 방송반의 일원이 될 수 있던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사춘기 중학교 시절, 까까머리 고등학생, 그리고 대학까지 그는 늘‘PD’라는 꿈속에서 살아왔다. 방송을 빼고는 16년의 학창시절을 설명할 수 없다는 이 동문. 그는 올해 초 국민일보와 KBS에 나란히 합격했다. 이제 막 출발선에 선 그를 만나봤다.

“전 학과공부도 월등히 잘하지 못했고 특별히 아카데미를 다니거나 남들이 말하는 ‘스펙’을 쌓아본 적도 없어요.” 이 동문은 기자가 기대한 특급 비결을 알려주는 대신 뜻밖의 대답을 했다. 그 대답을 처음 들었을 땐 ‘잘난 사람들의 겸손’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가 떠올랐다. 점쟁이는 자아의 신화를 쫓는 주인공 산티아고에게 이렇게 말한다. ‘… 그럼 난 어떻게 미래를 짐작할 수 있을까? 그건 현재의 표지들 덕분이지, 비밀은 바로 현재에 있네. 현재에 주의를 기울이면, 현재를 더욱 나아지게 할 수 있지. 현재가 좋아지면, 그 다음에 다가오는 날들도 마찬가지로 좋아지는 것이고 … 하루하루의 순간 속에 영겁의 세월이 깃들어 있다네.’

점쟁이의 말처럼 이 동문은 그저 그가 원하는 꿈에 확신을 갖고 현실에서 그 모습을 실현시키면서 살았던 것이다. 학창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이어온 그의 현장생활. 늘 자신의 꿈을 현재의 표지에 그리는 사람이야 말로 ‘현장에서 빛을 발하는 PD’가 될 수 있지 않나 생각했다. 마지막 관문인 최종면접에서 이 동문은 역시 현장에서 강한 스타일임을 강조하며 다른 사람과의 차별점을 내세울 수 있었고 당당히 합격했다.

DUBS 카리스마 방송장

이 동문은 재학시절 교육방송국(DUBS)에서 2년 반 동안 기술부 47기로 일하며 방송장을 지냈다. 항상 ‘일 벌이기’를 좋아해 동료들을 괴롭히기도 했다는 그는 카리스마 넘치는 방송장으로 기억된다.

한 방송국 선배는 “인건이가 한번 한다고 했으면 하는 거였다”며 “평소에는 착하고 친근하지만 일할 때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강한 리더쉽 때문에 동료들과 부딪히기도 했다는 그는 “표현도 거칠고 미숙한 부분이 많아서 동기들과 의견충돌이 있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열심히 함께 만들어낸 프로그램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그가 방송장이었을 당시 총학생회와 협동으로 만들어낸 축제프로그램도 있다. 바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목멱가요제’다. 이 동문은 스스로를 ‘끊임없이 일을 찾아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영상 뿐 아니라 서울시에서 주최하는 에세이 공모전에서 동상을 받을 만큼 글쓰기에도 관심이 많았다. 열린북한방송, 산타페 광고 등 외부 공모전에서도 10여 차례 수상했다. 그런데 이 동문은 언론사 합격에 단순 수상경력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수상보다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겪었던 과정을 자신만의 스토리로 엮어 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그 동안 실패도 많이 했고 함께 한 동료들과 다투기도 했지만 그런 과정이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있지 못했을 것”이라 말했다.

자기 확신만은 꼭 잊.지.말.게.

이인건 동문은 PD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자기 확신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어떤 공부, 어떤 활동을 꼭 해야 한다는 것에 앞서 먼저 꿈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한다. PD라고해도 예능, 시사, 드라마 등 분야별로 공부해야하는 것, 키워야하는 감각이 모두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자기 확신을 가져야 한다.”

그의 확신은 언론고시반에서 시험을 준비하면서 하루에 10시간씩 공부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초조함과 조바심에 불안해하기보다 진정으로 필요한 공부에 몰입할 수 있었다. “가끔 스트레스를 받거나 공부가 잘 안될 땐 방송국 동기, 선후배들과 어울려 술 한잔 했다. 그때의 기억들을 떠올리다보면 어느 새 처음 PD를 꿈꾸던 내가 보인다.”

이 동문은 흔히 고시를 준비하며 앓는 고시병에도 걸리지 않을 만큼 마음의 여유를 가졌던 것 같다. 그 여유로운 마음도 스스로 꿈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었다. 선배로서 진심어린 조언을 건네는 그의 모습에서 산티아고에게 말하던 늙은 왕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절대로 꿈을 포기하지 말게. 표지를 따라가. 자신이 원하는 게 무언지 언제나 알고 있어야 해. 잊.지.말.게’

프로그램으로 살아 숨쉬는 PD

수습을 거쳐 4달째 KBS 방송국 PD로 일하고 있는 이 동문은 하루하루 모든 생활이 즐겁다고 했다. 그가 입사해서 처음 들어간 팀은 ‘소비자 리포트’ 프로그램 제작팀이었다. 이 동문은 단연 동기들 중에서 도 눈에 띄는 스타일이었다. 아직 동기들은 가져보지 못한 ‘입봉’의 기회를 갖고 기획부터 촬영, 편집 까지 맡아하는 행운을 얻었다. 그러나 그는 지금부터 겸손하게 많을 것을 배울 때라고 말한다. “너무나 운 좋게 선배들께서 기회를 주셨다. 그렇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고 매일 많은 조언을 해주시는 선배들의 말을 제 것으로 빨리 체화시키지 못하는 점이 가장 어렵다”

현재 ‘추적 60분’팀에서 조연출로 일하고 있는 이 동문은 언젠가 시사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는 시사교양 PD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이후 국내 언론이 신뢰를 많이 잃었지만 선배 기수들이 성명서를 내는 등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방송국내 분위기는 정말 좋아졌다”며 “그냥 직장인 PD가 아닌 살아 숨 쉬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류종훈 PD의 ‘탈북 그 후, 어떤 코리안’을 인상 깊게 보았고 북한을 다각도로 조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싶다는 이인건 동문. 1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PD라는 하나 의 꿈을 위해 노력했고 그 꿈을 이룬 지금도 새로운 목표를 이야기하는 그의 눈은 열정으로 반짝였다. 프로그램으로 기억되는 PD가 되고싶다는 그의 미래가 기대된다.

이인건 동문 프로필 △2005년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입학 △2006년 동국대 교육방송국(DUBS) 학생방송장 △2014년 국민일보 취재기자 합격 △2014년 KBS PD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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