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부서 가면 좌천됐다 생각해”

‘IT강국’은 우리에게 익숙한 수식어다. 국민의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쓰고 인터넷과 디지털 인프라도 세계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사람들은 스마트 폰으로 인터넷뉴스를 접하고 동영상 콘텐츠를 소비한다.

그런데 인터넷 뉴스를 클릭하면 온갖 상업광고들이 도배된 화면에 지면기사가 그대로 옮겨져 있다. 디지털 부서에서 일하는 한 기자는 직접 웹 페이지를 제작할 수 있는 코딩기술을 스스로 익혔다. 그러나 그는 선배기자들에게 “그 시간에 속보하나 더 써라”며 핀잔 듣기 일쑤다. 국내 언론사에서 디지털 뉴스가 차지하는 위치는 아직 과거에 머물러있다.

뉴욕타임스의 ‘스노우폴’과 혁신보고서도 국내 언론사의 디지털 전략에 큰 변화를 만들어 내진 못했다. 아직 편집국 내에서는 광고를 싣지도 못하고 제작비용도 많이 드는 인터랙티브 뉴스가 썩 환영받지 못 한다.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최진순 겸임교수(한국경제신문 기자)는 “뉴욕타임스의 혁신보고서 역시 회의적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의 ‘스노우폴’이 유행처럼 번지는 가운데 그 흐름에 편승하기 위한 디지털 뉴스를 제작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인터랙티브 뉴스를 제작하고 발표한 국내 언론사들의 상황도 조금씩 다르다. 매일경제는 프리미엄 뉴스부에서 전담으로 인터랙티브 뉴스를 생산하고 있으며 웹 구현은 외주를 통해 제작했다. 또 회사가 뉴스생산을 위한 제작비용을 투입하기로 결정해 큰 어려움은 없다고 전했다. 매일경제와는 다른 방식으로 인터랙티브 뉴스를 제작한 경우도 많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인터랙티브 뉴스를 발표한 조선일보는 인터랙티브 전담팀이 아닌 크로스 미디어 팀원 4명이 주축이 되었다. ‘와글와글 합창단’ 제작비용은 인터랙티브 뉴스를 기획한 이학준 기자가 직접 중소기업의 지원을 받은 것이다. 웹디자인은 탁영환 미디어 아티스트 등 디자이너들의 지원을 통해 제작했다.

경향신문은 미디어 기획팀을 중심으로 다른 부서의 기자들이 협력해 인터랙티브 뉴스를 제작했다. ‘그 놈 손가락’은 외주제작이 아닌 팀원 내 자체 기술력으로 구현했다. 미디어 기획팀 최민영 팀장은 “다양한 시도를 하기에는 ‘스노우 폴’같은 기사는 공력이 너무 많이 든다. 국내 언론사들의 열악한 디지털저널리즘 환경을 감안하면 이 같은 시도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한겨레도 마찬가지로 팀 내부의 웹디자이너가 인터랙티브 뉴스를 제작해 투입되는 비용을 최소화했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팀에서 인터랙티브 뉴스를 제작하고 있지만 전담업무는 아니다.

경향과 한겨레는 사내 기술 개발을 통해 투자비용을 최소화 했지만 외주제작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최 교수는 “전담조직을 두고 있는 매체는 거의 없고 자체적인 예산을 갖고 있지도 않다. 내부에 역량 있는 엔지니어를 확보한 곳도 거의 없다. 더구나 제작비용은 기업이나 정부부처 등 외부에서 조달해야한다”며 국내 언론사의 열악한 디지털 저널리즘환경을 지적했다. 포털이 독점하고 있는 국내의 뉴스 유통구조 또한 언론사들이 디지털 전략에 집중 할 수 없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최 교수는 “뉴스조직 내부의 소수의 디지털 혁신가들이 의지할 곳은 바로 독자 밖에 없다”며 “독자들이 뉴스조직을 계속 자극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국내 언론사들은 독자들이 만족할 만한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해진 셈이다.  컬럼비아대 에밀리 벨 교수(디지털 미디어 전공)는 “질 좋은 콘텐츠를 담은 실험적인 시도들을 이어가는 것만이 각 언론사들의 차별화된 디지털 전략을 만드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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