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신문의 종말과 디지털 미디어의 미래 ①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전략

▲ 뉴욕타임스 정문

뉴욕타임스가 2012년도에 발표한 ‘스노우폴’은 돌풍 그 자체였다.

워싱턴 주 캐스케이드 산맥 눈사태를 멀티미디어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기획한 뉴스가 스노우폴이었다. 마치 현장에서 직접 눈사태를 겪고 있는 듯 근접촬영된 영상은 독자에게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경험을 선사한다. 뉴스인가 다큐인가 혼란을 불러일으킨 새로운 포맷의 인 터랙티브 기사는 디지털 전략에 적합한 뉴스로 평가받으며 이듬해 4월 퓰리처상 기획보도 부문을 수상했다.

▲ '스노우폴'을 제작한 NYT 존브랜치 기자(왼쪽)와 '스노우폴'의 웹페이지
이와 같은 기사 형식의 등장은 미국 신문사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신문사에 큰 자극을 주었다. 워싱턴포스트부터 영국의 가디언, 일본의 아사히신문 등이 잇따라 인터랙티브 기사들을 쏟아냈다.

전 세계 언론사가 너나 할 거 없이 인터랙티브 기사를 내놓는 이유는 종이신문의 종말이 성큼 다가왔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실제로 뉴욕타임스의 발행인 아서 설츠버거는 몇 년 이내로 종이신문 발행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지난 5월 유출된 뉴욕타임스 내부 ‘혁신 보고서’가 이를 입증하듯 모든 전략이 디지털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디지털 전략 이끄는 NYT 인터랙티브팀

스노우폴을 탄생시킨 주역은 뉴욕타임스 인터랙티브팀이다. 2005년에 처음 꾸려진 이 팀은 현재 20여 명의 프로그래머와 3명의 에디터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가 찾은 뉴욕타임스 사옥 2층에 위치한 부서 사무실은 여느 뉴스 룸처럼 바쁜 기자들로 가득했다. 팀 회의시간, 팀장을 중심으로 모여든 팀원들이 회의에 참여하는 태도가 이색적이었다. 앉은 이, 서 있는 이, 화상채팅으로 참여하는 이 등 지극히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의견을 주고받고 있었다. 웹 엔지니어 티프 페어(Tiff Fehr)는 “기사를 내러티브와 IT의 융합으로 표현하려면 여러 기술자들이 함께 작업해야한다”며 사무실내 분위기가 편안해야 자유로운 사고와 협업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 NYT 인터랙티브팀 팀원들
팀원들은 취재 경력 뿐 아니라 각각의 전문분야 기술력을 갖춘 인력으로 웹 사이트에 맞는 콘텐츠 제작과 도구개발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전통적 저널리즘 가치와 판단력을 기본으로 그것을 수학적 기호와 IT 기술로도 표현할 수 있어야 인터랙티브팀 일원이 될 수 있다.

우리가 방문한 지난 7월, 이들이 주력하고 있던 콘텐츠는 브라질 월드컵이었다. 독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게임형식의 기사부터 실시간으로 경기 결과를 업데이트 하는 등 제작팀의 절반이 월드컵 프로젝트에 합류하고 있었다. 그들이 월드컵처럼 주기적으로 다루는 콘텐츠는 선거와 올림픽, 패션위크, 아카데미 어워즈 등이다.

팀의 웹 개발자 알라스테어 쿠트(Alastair Coote)는 “딱딱한 뉴스보다 스포츠와 같은 주제에서 얻을 수 있는 데이터가 인터랙티브 뉴스에는 더 좋은 소재”라고 말했다. 이 외에 보스턴 폭발 사건, 허리케인 샌디 등 인터랙티브로 설명이 용이한 주제들을 주로 다룬다.

작년 한해 뉴욕타임스가 발표한 인터랙티브 기사는 총 57개다. 거의 일주일에 한 건씩 제작한 셈이다. 놀라운 제작 건수를 올리는 운영 비결에 대해 체이스 데이비스(Chase Davis) 팀장은 “팀원들이 스스로 동기부여해서 일을 즐기며 하는 것이 큰 동력이고, 한 번 큰 프로젝트를 맡으면 다음에는 좀 더 작은 프로젝트를 맡겨 업무량을 조절해 주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프로젝트 규모에 따라 인원도 늘릴 계획으로 인력을 감축하는 추세인 다른 뉴스룸에 비해 인터랙티브 팀은 더 규모가 커질 전망이다.
 
인터랙티브 뉴스(Interactive News)란?
사진과 텍스트 위주의 기존 뉴스콘텐츠와는 달리 텍스트에 걸맞는 사진, 동영상, 그래픽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를 활용해 이를 독자들의 사용자환경(User Interface)에 맞춰 최적화하는 웹 페이지를 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인터랙티브 뉴스의 서막을 연 뉴욕타임스의 ‘스노우 폴(Snow Fall)’
2012년 뉴욕타임스가 발표한 인터랙티브 기사. 미국 워싱턴주 캐스케이드산맥에서 발생한 재앙적인 눈사태에 대한 기획보도 기사다. 기자 존 브랜치는 이 기사로 지난해 퓰리처상과 피버디상을 수상했다. 총 1만 7000자의 텍스트와 멀티미디어를 활용해 새로운 미디어 스타일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픽팀, 디지털독자에 융합으로 감동선사

인터랙티브팀 만큼이나 주목을 받는 부서는 바로 그래픽팀이다. 그래픽 에디터, 프로그래머, 사진 기자, 3D 전문 작업가 등 총 40명의 다양한 인력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계 미국인 박해연 에디터처럼 취재기자 출신의 기자도 있다.

▲ NYT 그래픽팀의 박해연 그래픽 에디터
그래픽팀은 다른 뉴스룸의 기사를 그래픽으로 구현하거나 직접 취재한 내용을 시각화 한다. 지난 6월 그래픽팀의 매튜 블로흐(Matthew Bloch)와 박해연 그래픽 에디터가 공동으로 작업한 기사가 대표적인 예다. 디트로이트 주의 파산 문제를 다룬 이 기사는 총 43,634의 가구가 체납하고 있는 주택 융자를 그래픽으로 표현했다. 방대한 자료를 정리해서 기사로 만드는 작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블로흐는 “약 4개월 동안 작업했던 기사이고 4만 가구의 채무 상태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여러 디자인 시안에 대해 고민했다”며 당시 기사 작업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설명했다.

지면에 이 기사가 실렸을 때는 다른 방향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한정된 지면에 모든 가구의 이야기를 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두 기자는 몇 가구만 집중 조명하는 인포그래픽 제작을 택했다. 박 에디터는 “우리는 항상 웹에 실리는 형식을 먼저 생각한 후 지면에 대한 고민을 한다”며 오래전부터 바뀐 기사 작업의 우선순위에 대해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미 지면보다 웹에 대한 고민을 우선하고 있었다.

디지털 시대에도 언론 원칙 잃지 않아야

얼마 전 유출된 뉴욕타임스의 혁신보고서에는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적극 대응하지 못했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시대의 변화에 무심했던 구성원과 독자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점이 다른 온라인 매체에 독자들을 내주었다고 스스로를 비판한 것이다. 그들은 보고서에서 “우리가 만든 콘텐츠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기술에서는 경쟁자들에게 뒤처져 있다. 디지털 시대의 암호를 해독하는 데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해 왔다”는 부분을 지적했다. 허핑턴포스트, 버즈피드와 같은 신생 매체들이 16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뉴욕타임스를 제쳤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 작업중인 NYT 기자들
보고서는 반성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뉴욕타임스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그들이 내세운 디지털 퍼스트 전략은 기자들이 ‘내일만들’ 신문을 준비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오늘나온’ 뉴스를 바로 웹 사이트에 올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픽팀은 이 같은 원칙을 작업 프로세스에 이미 적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뉴스룸의 모든 기자가 디지털 중심 사고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반영하듯 그래픽팀과 인터랙티브팀의 모든 기자들이 입을 모아 디지털 플랫폼을 강조했다. 인터랙티브팀 기술 개발자 매튜 미첼(Matthew Mitchell)은 “사람들은 점점 디지털에 익숙해져 가고 이미 여기에 길들여진 독자들은 다시 종이 매체로 돌아가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최상의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 뉴욕타임스이지만 디지털 시대로 향하는 발걸음은 여전히 새롭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허핑턴포스트와 버즈피드처럼 가벼운 주제들을 통해 독자들을 SNS에서 유입하는 새로운 미디어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이들에 대해 트래픽 수에 연연해 진정한 저널리즘을 실현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이에 대해 미첼은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요리를 먹는 것과 맥도날드의 햄버거와 같은 인스턴트를 섭취하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며 “진정한 저널리즘은 잘 준비된 요리와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랜 여운이 남는 것은 진정한 저널리즘 때문”이라고 말하며 뉴욕타임스가 추구하는 저널리즘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이 발전된 현 시대에도 저널리즘의 원칙은 꼭 지켜야 하는 가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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