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실 인권연대 간사

28사단에서 발생한 윤 일병 구타사망 사건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폭력과 엽기적인 가혹행위 속에서 혼자 얼마나 무섭고 외로웠을지 생각만으로도 참담하다.
군대에서 일어난 사건은 전말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가족이라 해도 군에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이번 윤 일병 사건 역시 초기에 군은 사건을 은폐·축소하려고 했다. 온 몸에 구타 흔적이 선명한데도 불구하고 사망원인을 기도폐쇄에 의한 질식사라고 발표했다. 사단본부는 사건이 발생하자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장교들의 휴대전화를 수거해갔다. 조직적인 은폐 시도이다.
사건 발생 후 국방부는 전군을 대상으로 가혹행위 중단을 위한 특별인권교육을 실시했다. 이 와중에 윤 일병 사건에 대한 사회적 반응을 마녀 사냥에 비유한 국군양주병원장 이 모 대령의 발언이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이 대령은 “사소한 가혹행위는 일반적”이라고도 했다. 이게 인권교육현장에서 할 수 있는 말인가. 이 대령의 발언은 군 내 인권에 대한 의식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사그라지지 않자, 김요한 육군참모총장은 반인권적인 가혹행위가 반복되는 부대는 해체하겠다고 밝혔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따져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없애버리면 그만이라는 것이 그네들의 문제해결방식인가 싶어 씁쓸한 생각이 든다. 그러나 부대를 해체한다고 해서 일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문제가 됐던 사병은 그 상태 그대로 자리를 옮길 뿐이다.
군 내 가혹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많은 이들이 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사병들에 대한 처우 개선과 휴대전화 허용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군 인권법 제정과 독일식 군 옴부즈맨제(국방감독관제) 도입이 시급하다. 장군이든 병장이든 크고 작은 모든 권력에는 감시가 필요하다. 독립적인 기관에서 지속적으로 감시가 이루어진다면 군 폭력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 군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이 군의 폐쇄성에 기인한다고 볼 때, 외부의 견제와 감시는 병영문화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또 근본적으로는 군 구성원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나와 다른 사람의 인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어떤 행동이 인권침해에 해당하는지 알고 문제제기를 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인권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 중에서 사병들을 지휘하고 관리하는 간부들에게는 반드시 인권교육이 필요하다. 
물론 인권교육이 당장 문제를 해결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법제도가 있어도 구성원들의 의식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군 내 폭력문제는 언제고 다시 발생할 수 있다. 군 인권법과 같은 법제도 개선과 끈질기고 체계적인 인권교육이 수반될 때, 군 폭력 문제는 근절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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