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홍기 사진가, 신문방송학과 09졸

냉혹하면서도 고독한 사회를 많은 이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기에 살만하다’고 합니다. 저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몰랐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람을 이용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게 되니 불신만 가득히 쌓이고 사람을 만나기가 두려웠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보니 사람들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많은 시련을 겪은 후 나의 미래를 걱정해주는 좋은 분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미래를 그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인물사진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게는 사람 만나는 것이 일입니다. 활동을 하다보니 사람들은 다양한 행동과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몸으로 부딪히면서 지내다보니, 지금은 사람의 말투와 얼굴 표정을 보면 그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게 되더군요.
인물 촬영 시에는 그 사람의 장점을 파악하기 위해 끊임없이 관찰을 하게 됩니다. 사람을 관찰하다 보면, 좋은 면을 많이 발견하게 됩니다. 어느 순간에는 그 사람이 그저 좋은 사람으로만 보이기도 하지요.
사람과 만나며 생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으로부터 받은 상처는 다른 사람을 만나서 치유하는 게 가장 좋다’는 말이 있듯이 말입니다.
올해 초여름에 LG전자의 주최 하에 그리스 장학생들을 초청해 여행을 함께 한 적이 있습니다. 근접촬영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학생들을 인솔하기 위해 함께 온 그리스 선생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들의 문화와 생각을 들으며, 그들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남을 배려하는 마음가짐, 좋지 않은 일을 겪더라도 그 또한 즐기는 자세 등……. 지금까지 내가 가지고 있던 사람들에 대한 불신이 그저 욕심에서부터 비롯된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그 날 이후 그들과 같은 생각하며 살아가려고 노력중입니다. 쉽지는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지금보다는 나을 걸 알기 때문이지요.
사회는 그저 두렵기만 한 곳은 아니라고 해 두고 싶습니다. 세상은 내가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는 걸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내가 어느 직업을 갖던지 내가 어떤 위치에 있던지 간에 상대방에게 진심으로 대해 주었다면, 그걸로 만족하면 됩니다. 내가 얼마나 이득을 취했는지에만 집중한다면 시간이 지난 후에 자신을 뒤돌아 봤을 때, 결과적으로 얻은 것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걸 깨달게 될 것입니다. ‘사회가 아직은 살만하다는 건’ 여러분들이 더욱 살맛나는 곳으로 만들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는 곳이란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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