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재성 체육교육과 교수

긴 여름 방학이 끝나고 이제 개강이다. 방학 동안 조금 게으름을 피웠더니 닥쳐 온 강의 준비로 마음이 바쁘다. 살짝 부담스러운 것이 강의 준비 때문인지 출근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나에게는 개강이 기다려지는 분명한 이유가 하나 있다. 교내 축구동아리 리그와 풋살 리그가 시작되는 것이다. 체육과 교수 생활도 어언 16년 지금 내 나이는 54세이다. 학생들과 함께하는 교내 축구경기와 풋살 경기에 한 해도 빠진 적이 없다. 우승도 여러 번 했다. 우리 팀원들의 말에 의하면 내가 아직은 ‘깍두기’가 아니라 완벽한 주전 선수라고 한다. 정말인지 모르겠다. 가끔 내가 골을 넣기도 하는데 학생들이 나에게 골 찬스를 양보하거나 만들어 주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나는 매번 멋진 골 세레머니를 준비하고 자축한다. 개강이 되면 축구동아리 회장이 한 학기 교내 축구와 풋살 리그전 대진표 일정표를 들고 연구실에 온다. 내심 그가 기다려진다. 그래서 나는 개강이 기다려진다.
교내 축구경기에는 에피소드가 많다. 체육과 학생들로 구성된 축구 동아리는 교내 다른 학과 학생들로 구성된 축구 동아리들에 비해 실력이 월등하고 체력도 좋다. 그렇다고 매번 체육과 학생들로 구성된 축구동아리가 교내 축구 리그에서 우승하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 경기에는 항상, 많은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승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스포츠는 재미있다. 내가 대학시절 교수님이 하신 말씀을 빌리자면 럭비 경기에서 모든 선수가 럭비 공을 향해 다 같이 열심히 달려가는 것은 럭비공이 땅에 떨어져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나는 체육과의 축구 동아리를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우리학교 다른 학과의 축구 동아리 학생들에게 무한한 존경을 보낸다. 또 언제나 이긴다고 또 이길 거라고 믿고 가끔 최선을 다하지 않다가 우승을 놓친 체육과 축구 동아리에게 너무 소중한 경험을 체험하게 된 것을 축하한다. 그렇다 이기건 지건, 경기는 계속되는 것이다. 경기에 임하여 언제나 최선을 다하되 승리에 자만하지 않고 패자를 얕보지 않고 존중하는 마음이야 말로 학생들이 교내 경기를 통해 배워야 될 덕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축구든 풋살이든 교내 리그에서 우승하면 약간의 상금이 주어진다. 물론 그동안의 우승 상금은 대부분 축배를 드는데 사용했다. 한 번은 풋살 경기에서 3분 정도의 경기종료 시간을 남기고 3골 차이로 지고 있던 경기를 4골을 넣고 역전시켜 극적으로 우승한 적이 있다. 정말 축배를 들고 싶었다. 그러나 다음날 우리 팀 모두가 모였을 때 이런 제안이 나왔다. 우린 정말 멋지게 우승했다. 술 한 잔 안 먹은 셈치고 우승 상금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한번 해보자. 모두가 동의 했고, 나는 그 일을 전적으로 학생들에게 일임했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축구 동아리 모두가 학교 가까이 있는 고아원을 방문해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우승 상금을 모두 전하고 왔다고 들었다. 나보다 학생 자신들이 더 뿌듯해 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이번 학기에도 경기는 계속될 것이고 나는 또 학생들과 함께 운동장에서 뛸 생각에 마음이 들떠 있다. 특히 이번 학기는 푸른색의 인조 잔디구장에서 학생들과 축구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더욱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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