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학술상 창작분야 가작 1석

전람회의 그림

姜珉叔(강민숙)

 

항구였어 밤이 캄캄한 제4부두에
불 밝힌 배가 두어 척
정박해 있었어.
힘센 사내들이 荷役作業(하역작업)을 마치고
선창가에서 몇잔 술로
취해 노래부르고, 파도는
몇 점 붓의 터치로 희게 떠오르면서
부서지면서 머물러 있었어
回廊(회랑)의 긴 복도를 걸어
돌아가면 편지를 쓰겠지
떠날 것이다 죽을 것이다
살고 싶다 살고 싶다
이런 다짐으로 나는 가라앉고
불꽃처럼 꽃처럼 하얀 꽃처럼
떠오르겠다 편지를 쓰겠지
스러지는 불꽃 때문에
꺼지지 않는 불티 때문에
나이 스물이 괴롭다
편지를 쓰겠지, 그리곤 현해탄을 지나
태평양을 건너
北海(북해)까지 北海(북해)까지 떠나는거야
붓자죽마다 해일이 일어
유화 물감 메마른 화폭을 찢고
후두둑 굵은 폭풍우로 넘어서면
불 밝힌 채 정박한 배를 타고
떠나는 거야
내 詩(시)를 버리고 그대 붓을 팽개치고
은유로만 웃고 은유로만 욕하는
편한 은유법을 버리고
정과 망치를 들고 떠나는 거야
北海(북해)까지 오슬로까지평생을 망치질로 인간을 만난
조각가의 공원에 닿기 위해.
나고 살다가 늙고
결국 죽어가는 인간을 위해
조각가가 평생을 다듬은
人間石像(인간석상)을 보고
내 비겁한 시와 그대 잠든 붓을
사랑하면서 이 땅으로,
이 땅으로 되돌아 오는거야
北海(북해)를 지나, 北海(북해)를 지나
항구까지.
느린 걸음으로 화랑의 낡은 門(문)을 열고
백발의 머리로 걸어들어가
광풍이 잠들고 해일이 가라앉은
그대 그림 앞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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