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활동 통해 구성원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긍정적 효과 고려한 정책 필요

지난해 우리대학 야구부는 전국대회 3관왕을 이루는 기염을 토했다. 주요 선수들이 졸업과 동시에 프로야구에 입단하며 빈자리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이러한 걱정을 단숨에 불식시켰다. 선수들은 선배들이 포문을 연 전성기를 이어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로 이를 악물었고, 이들의 노력은 올 들어 열린 2014춘계리그와 대학선수권대회 등의 2개 대회를 모두 석권하며 야구부 최고의 전성기를 꽃피우고 있다.

이건열 감독의 리더십과 82학번을 중심으로 한 동문들의 후원, 선수들의 자신감이 삼위일체의 시너지를 내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천하무적' 동국야구, 그러나 이들을 비롯한 대학스포츠 전반에는 이들이 극복해야할 문제들이 있다. 바로 대학스포츠에 대한 무관심 문제다. 대힉 스포츠는 구성원을 하나로 묶어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매개체다. 전문화된 하과와 전공으로 나누어진 학생과 교수들은 스포츠를 통해 비로소 하나라는 생각을 가지게 할 수 있다. 야구부의 활약을 계기로 대학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문제들을 살펴봤다

멀어지는 관심, 어려워진 접근성

승승장구 동국야구의 '결승전'이 열리던 날, 동악의 분위기는 오늘이 대학야구 결승전이 있는 날이 맞는지 싶을 정도로 무덤덤했다. 대대적인 홍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대다수의 학생들이 결승전이 어디에서 열리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후에야 결과를 보고 감탄하며 '우리대학이 야구를 참 잘하는 학교구나'라고 실감할 뿐이었다.

프로야구 등 사회 전반적인 스포츠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고, 응원문화도 발달하면서 오늘날 과거보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 문화를 즐기게 되었다. 그러나 유독 '대학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전과 같지 않다. 이와 같은 학생들의 멀어진 관심은 비단 1, 2년 새의 일이 아니다. 그나마 연세대와 고려대의 정기적인 연고전 등의 체육대회만이 대학 사회 내에서의 큰 스포츠 행사로 남아있을 뿐이다.

우리대학은 과거 동대문종합운동장이 아주 근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동대문종합운동장이 'DDP'로 재개발되면서 학생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경기장이 사라졌다. 때문에 8~90년대 동대문운동장에서 '동국야구'의 빅 경기들이 열리는 날, 손에 손을 잡고 다함께 경기장으로 걷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또 프로스포츠가 정착되면서 대부분의 우수 선수들이 고교에서 프로로 직행하는 것도 대학 스포츠의 관심을 떨어뜨린 큰 요인이다.

대학은 공부만 하는 곳인가?

요즘 대학들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대학평가다. 그래서 일부 대학들은 대학 평가에 스포츠나 체육관련 지표를 넣어야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기도 하다. 즉 교육 여건 부문 등에서 학생들의 체력관리나 스포츠 관련 지표를 넣어 다양한 평가가 이뤄지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체능 계열을 중심으로 하는 대학들이 취업율이나 논문평가를 위주로 한 평가에 반발했던 것과 비슷한 주장이다. 대학평가가 학술적인 연구, 국제화 점수 등에만 중점을 두어 진행됨에 따라 재정적 지원이 이루어지다보니 자연히 대학스포츠는 대학본부의 관심에서 외면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교육부의 지원도 대학평가의 기준에 따라 많이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매우 아쉽다는 지적이다. 국가정책면에서 연구나 학술과 관련한 우수자들에게 지원금을 주듯 대학스포츠를 통한 건강한 대학문화를 만들고 정원을 조정할 때에도 배려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수업 빠지면 큰일나요"

학생사회의 '성적쫓기' 분위기도 대학스포츠와 학생들을 멀어지게 한 요소가 되고 있다. 요즘 학생들에게 '성적'은 취업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여기에 '출석'은 성적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대학 스포츠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있더라도 시합이 열리는 시간대가 수업시간인 경우, 결강하고 시합을 응원하러 올 수 없다. 특히 빠진 수업에서 배운 내용이 혹여 시험이ㅔ 나올까하는 걱정으로 경기장보다는 강의실을 택하게 된다. 물론 수업을 빠지고서라도 경기를 관람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다만 '공부'에 너무 매달려 대학시절 '스포츠 문화의 낭만'을 누릴 수 있는 기회마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빼앗기고 스스로를 강의실에 옭아매는 현실이 아쉽다는 것이다.

야구부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큰 야구경기가 열리는 날엔 자연스럽게 야구경기가 거교적인 학교의 행사가 되곤했다"며 :요즘은 수업을 빠지는 것에 대해 교수도 학생도 부정적이다. 긴 시간이 소요되는 스포츠이기에 목동구장이나 서울에서 경기를 하더라도 학생들이 오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대학은 4.19 등반대회를 학교차원의 행사로 개최하고 있다. 수업도 수업이지만, 그 뜻과 취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학스포츠 결승경기를 4.19 등반대회에 비교할 일은 아니지만, 전 구성원이 함께 모여 뜨거운 가슴으로 우리 스스로 동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담는 매우 중요한 기회다. 만약 1년에 한 두번이라도 전 동국인이 함께 응원가를 배우고 외치며 어깨동무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어떤 행사보다 동국공동체를 하나로 이끌 수 있는 구심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해답은 다시 우리에게

혹자는 대학스포츠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대학스포츠 문화는 지,덕,체의 융합을 이루는 학문의 상아탑의 주요한 한 부분이자, 동문들간의 자연스러운 결속을 만드는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재미있는 예가 있다. 프로농구 출범이후 대학농구는 선수의 가족이나 관계자만 보는 스포츠였다. '대학농구는 죽었다'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올해 스포츠마케터를 꿈꾸는 학생들이 모여 3월부터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내면서 대학농구는 다시 심폐소생술을 받았다. 가수 버스커 버스커가 상명대와 단국대 사이의 호수 '천호지'를 '단대호수'라고 이름 붙여 부른 것에 상명대와 단국대 간의 자존심 싸움이 일어나자 농구대결로 결정짓자는 단순한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이다.

각 대학 학생들은 경기 결과에 따라 천호지가 자신들의 학교이름을 딴 호수가 된다는 동기부여를 받자, '우리들의 경기'라며 농구에 엄청난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흥미진진했던 이 날 경기 이후 실제로 지난해 상명대의 경기당 평균 관중은 378명으로 늘어났고, 단국대는 518명으로 늘어났다. 상명대의 구기헌 총장은 단국대와 맞대결했던 날을 '농구의 날'로 만들었다. 학생들 뿐 아니라 대학에서도 나서서 대학스포츠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잡아 이를 적극 활용하고, 대학스포츠의 가장 큰 위기였던 '관심의 위기'를 이겨내려 한 것이다.

현재 승승장구하고 있는 동국야구의 정신적이 힘이 되어주고 있는 82학번 응원단들은 과거 '대학스포츠'의 부흥기에 학교를 다닌 세대들이다. 특히 응원단 동문회장 김영호 동문은 "대학시절 스포츠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던 동문들을 끈끈하게 이어주는 매개체였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시간이 흐르고 서로가 나이가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름도 얼굴도 모르던 동문들이 아직도 "우리학교 야구한다"하면 삼삼오오 모여들어 어느새 응원단이 되어있다고 이야기했다. 대학스포츠가 아직까지도 동문들을 자연스레 이어주는 강한 힘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대학 야구부가 우승하던 날, 그는 신나는 마음으로 충무로의 술집에서 82학번 동문들과 응원가를 부르며 야구부의 우승을 축하했다고 한다.

그러나 술집에 있던 학교 야구점퍼를 입은 많은 학생들의 반응은 물음표 가득한 표정이었다며 씁쓸해 했다. 승승장구하고 있는 '천하무적' 동국야구임에도 멀어져가는 학생들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와 닿았기 때문이었다. 대학스포츠가 마주한 오늘날의 '관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학생과 학교, 동문들의 머리를 맞댄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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