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형 예술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이번 세월호 사건을 지켜보면서 어른들은 많이 반성했다.

비단 고등학교 애들에게만 부끄러운 게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어른으로 살아간다는 사실 자체가 버겁다. 대학이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어른들의 이기심이 학생들을 희생시키는 사례는 얼마든지 매일 발생하기 때문이다. 연구실을 들락거리는 학생들 가운데는 공부를 걱정하는 바람직한 용무 외에도 등록금과 생활비 때문에 조교자리를 알아보러 면담 오는 학생들도 꽤 된다.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처방이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 자리가 있으면 알아봐 주면 되지만, 안 되면 휴학이라도 해서 돈을 벌라고 가르친다. 그게 선생이 할 말이 아닌 걸 알지만 어찌하랴. 가난한 대학생들에게 공부를 시킨다는 것은 지금 시대 대학의 어른들이 갖고 있는 섬세한 고민이다.

그래도 찾아오는 학생들은 빠르게 대처하는 학생들이다. 수줍어서 말도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기회를 놓쳐버리는 학생들도 많다. 그런 학생들에게 왜 미리 서둘지 않았냐고 말할 수도 없다. 조교자리가 무슨 취업도 아니지 않은가. 중국에서 온 유학생들은 더 어려움이 많다. 조교 자리는 아예 꿈도 꾸지 못한다. 한국말도 잘 못할 뿐 아니라, 선생들도 원치 않는 경우도 많다. 그들은 공부라도 잘해서 반액 장학금이라도 받아야 하는데, 그것도 안 되는 애들은 정말 난감하다. 생활비도 많이 들 테고, 어학실력도 좋지 않은 상태에서 학업을 따라가려니 삼중고를 겪는다.

한국어 서툰 중국학생을 왜 그리 많이 뽑느냐고 담당에게 물었던 적이 있었다. 그 교수 한다는 말이 우리도 유학갈 때 다 그렇지 않았냐고 하며 대수롭지 않게 말하던 게 기억이 난다. 참 무책임한 교수다. 외국대학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잘 알면서도 한국에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을 때는 허술하게 입학행정을 실행한 것이다. 배운 대로 실천하지 않는 어른이다. 그런 어른들 때문에 세월호사건이 난 것이다. 미국이든 유럽이든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 토플 등 외국어 시험을 보고 어느 정도 점수가 나오지 않으면 입학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부실하게 들어온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치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내 경험으로는 외국인 학생들을 특별히 관리하기 위해 시간을 보내는 어른들은 그리 많지 않다. 차별을 하지 않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가끔 중국인 학생들을 불러 모아 식사를 한다. 한국의 중국음식이 너무 비싸서 유학생들이 평소 먹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새삼스레 놀랐다. 그들이 얼마나 힘들고 외롭게 생활하는 지를 생각하면 학교가 좀 더 잘 대해 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게 늘 마음에 걸린다.

어느 대학은 학과마다 외국인 전담 교수가 배정되어 있다고도 들었다. 작년에는 사제동행세미나라는 좋은 과목이 개설되어 학생들과 같이 식사도 하고 좋은 시간을 보내 좋았다. 한 학기 만에 이유도 모른 채 폐지되어 사라진 걸 생각하면 학교행정이 정말 학생들을 위한 것인지 당황스럽다. 언제 우리들은 학생들에게 떳떳한 어른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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