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본주의의 폭력', '자본과 언어'에 이은, 명료하고 정통한 크리스티안 마라찌의 현대자본주의 분석

▲ 도서명 : 자본과 정동 / 지은이 : 크리스티안 마라찌 / 옮긴이 : 서창현 / 출판일 : 2014년 5월 25일 / 쪽수 : 236쪽 / 정가 : 17,000원 / 출판사 : 도서출판 갈무리

“자신을 재발명하라”라고 하는 사회적 명령은 이제 새로운 인간 착취 형태들의 본질적인 부분이다. 이 책은 이러한 메커니즘들을 확인한 최초의 평론들 중의 하나다.

지난 5월 25일 도서출판 갈무리에선 '자본과 정동'을 출간했다. '자본과 정동'은 1994년 스위스에서 처음으로 출간된 책으로 지난 20년 동안 현대 자본주의 비판에 참여한 수많은 사상가들에게 작은 “고전”이자, 핵심적인 참고문헌으로 여겨지고 있다.

'자본과 정동'은 포스트포드주의 신경제의 두드러진 특징들, 예컨대 “소통”의 중심성과 소유-공급 관계의 역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줌으로써, 마라찌가 이후 '자본과 언어'와 '금융자본주의의 폭력'에서 보다 구체적인쟁점들로 나아갈 수 있게 한 결정적인 단계였다. 이 책에서 마라찌가 반복해서 설명하는 것처럼, 우리의 언어와 소통이 생산과정에 있어서나, 잉여의 창출에 있어서나 근본적인 것이 되었다는 사실은 현대사회에서 노동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체감할 수 있는사실이다. 그러나 소통이 어떻게 자본 안에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인지, 지난 몇십 년 동안 어떠한 역사적 변화를 거쳐 생산과정에서 육체노동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언어능력, 소통능력이 중요성을 띄게 되었는지를 이해하는 것, 다시 말해 ‘금융경제의 작동방식을 이해하는 것’은여전히 경제전문가들의 손에 맡겨진 일처럼 보인다.

예상과는 달리 마라찌가 이 책에서 사용한 대부분의 자료 출처들은 철저하게 자본주의 경제에 목매달고 있는 주류 경제학자들과 기업주들이다. 경영 분야의 “권위자” 피터 드러커, 인텔CEO 앤디 그로브, 최근 경제성장론의 대가로 알려진 폴 로머 등 친숙한 인물들이 인용되고 있다. 마라찌는 자본주의의지속이외에다른것을바라지않는이들의주장을주의깊게검토하면서도, 이들과는달리현재의가치창출및착취형태들을 정당한 것이나 불가피한 것으로 제시하지 않으면서 그 형태들을 구성하는 실천들을 설명해 낸다.

이 책에서 마라찌는 현대 자본주의를 날카로운 분석의 칼로 해부하여 그 내부의 병균들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현대 자본주의의 부정적 그림자인 물질 만능주의의 폐단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요즈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비판적 치유'일지도 모른다. 이번 기회에 귀를 열고 마라찌의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신랄한 비판들을 경청해 보는건 어떨까. 마라찌의 다른 저서로는 '금융자본주의의 폭력'(심성보 옮김, 갈무리, 2013), '자본과 언어'(서창현 옮김, 갈무리, 2013)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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