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대학 협력은 동아시아불교계의 큰 활력"

지난 5월 9일과 10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 ‘동아시아 4개 대학 불교학 국제학술대회’를 성사시키기 위해 작년 한 해 동안 직접 참가 대학들을 설득해낸 교수가 있다. 이는 바로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원장 김정욱 교수이다.

지난해 2월 베이징대, 7월 도쿄대, 8월 타이완대 관계자들을 오랜 기간에 걸쳐 직접 방문하고 설득하며 마침내 국제학술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김종욱 교수는 “2년 전 혼자 생각했던 것이 현실이 된 것”이라며 소회를 밝혔다.

특히 국제학술대회를 준비하면서 있었던 어려움에 대해 묻자 “선례가 없었던 일이었던 만큼 쉽지 않았다”며 “찾아간 대학마다 이번 국제학술대회에 대해 거의 청문회 수준으로 이야기를 나눴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쉽지 않았던 지난 준비기간을 회상했다

이렇게 약 2년의 준비 끝에 개최된 국제학술대회에 대해 김종욱 교수는 “현대 불교학은 서양의 문헌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그런데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불교는 생활과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공통분모가 많은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대승불교와 한자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동아시아 4개 대표 대학들이 모인 국제학술대회가 불교학의 중심을 불교에 보다 친숙한 동아시아로 옮겨오는 반석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김종욱 교수는 “이번 학술대회를 준비하면서 4가지의 단계를 생각했었다”며 1단계는 본 학술 대회의 성사, 2단계는 학술 대회에 참가한 4개 대학의 동아시아 불교사 공동 집필, 3단계는 인문학계의 ‘A&HCI’급 불교학 학술 잡지 창간, 마지막 4단계는 이들 4개 대학과의 불교학 복수학위제도 체결을 들어 국제학술대회 이후의 바람을 밝혔다.

현대적인 개념의 불교학이 탄생한 근대에서부터 지금까지 세계 불교학은 서구학계가 주도해왔다. 그러다보니 불교학이 문헌학 중심이 되고 살아있는 불교 전통은 오히려 배제돼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에 동아시아 4개 대학이 불교학 국제학술대회를 정례화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향후 세계 불교학계 연구의 중심은 동아시아로 옮겨올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학술대회가 성사됨에 따라 불교학의 글로벌 인적 교류 확대와 동아시아 불교학의 위상 제고로 이어질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됐다. 특히 철학과 종교, 역사와 문화 등을 통섭하는 동아시아 인문네트워크 형성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동아시아 문명의 새로운 학문적 방향성 모색도 가능하게 된 것이다. 김 교수는 “동아시아는 그동안 유교 문화권이라는 개념으로 세계학계에서 공론화돼 왔지만 역사 전통과 오늘날의 실상을 보면 유교보다는 불교의 영향과 공통적 요소가 더욱 많다”며 “4개 대학의 협력은 ‘동아시아 불교묵화권’이라는 새로운 담론을 생성할 수 있는 동시에 나아가 국가, 민족간의 불신과 정치적, 이념적 장벽에 가로막힌 현대 동아시아 세계에서 공통의 문화적 정체성을 찾고 동아시아 체제의 평화와 공존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