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의 두근거림, 다시 느끼고 싶다면

 지금도 짝사랑- 바람 돌 신풍리 / 지은이: 정희성 / 펴낸곳: 천년의시작 / 9000원 / 100쪽

정희성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지금도 짝사랑-바람 돌 신풍리'가 지난 4월 30일, 출판사 천년의 시작에서 출판 되었다.

이번 시집은 총 3부, 표제작 ‘지금도 짝사랑’을 포함해 60편의 시로 채워져 있다. 시집의 맛은 말 그대로 ‘농후’하다. 시에는 땀이 있어야 한다는 시인 본인의 말을 반영하듯 시인의 이번 시집엔 본인의 제주삶에서 우러나온 ‘땀’들이 농후히 녹아들어 있다. 특히 ‘백면서생 경매 참가기’ ‘흙 공부’ 등의 시엔 수많은 시적 여과 과정을 거쳐 걸러진 시인의 삶이 농후한 땀이 되어 촉촉이 젖어 있다. 이는 독자 하여금 시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오도록 만들고 그 이미지들을 충분히 음미시켜준다. 심지어는 시인의 삶을 은밀히 관찰하고 있는 느낌마저 느끼게 해준다. 시인은 스스로의 삶을 관찰하는가 하면 그 시선을 바깥으로 돌리기도 한다. ‘거장의 힘’에서 시인은 독거노인을 보며 "홀로 고독한 숲에서/생기를 축이고/세상의 마지막 사람인 듯/홀로 우거진 여름을 베고 돌아오는/독거노인"이라고 노래한다. 독거노인을 한 사람의 거장으로 바라보며 시인은 감탄한다. 일종의 응어리와도 같은 그 감탄에 독거노인은 풍경이 되고 풍경 속의 거장이 되어 독자들의 눈앞에 나타난다.

이런 시 속의 감탄들은 짭짤하면서도 깔깔한, 하지만 농후한 ‘땀의 맛’으로써 읽는 이들의 혀를 자극한다. 해설을 맡은 이홍섭 시인 또한 이번 시집을 ‘감탄과 치유의 꽃밭’으로 총평하며 “정희성 시인의 이번 시집은 고흐가 왜 그토록 '감탄'을 강조했는지, 예술가에게 필요한 첫 번째 덕목이 왜 '감탄할 수 있는 능력'인지를 여실히 보여 준다”고 지적한다. 현재 정희성 시인은 2009년 이후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신풍리로 귀농하여 귤 농사를 지으며 창작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첫 번째 시집 ‘하귤의 껍질을 벗기듯’에 이은 이번 시집은 시인의 제주에서의 삶이 오롯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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