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최혜정 선생님(역사교육과 09학번)을 기리며

연꽃이 피지 않는 연못은
희망이 없습니다 

각종 오수(汚水)와 폐수(廢水)까지 치고 들어가
썩을 대로 썩고 있는
우리의 연못에
참으로 당신같은 연꽃이
있어야 합니다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러나 올 여름에는 더 이상
관음(觀音)같은
하얀 연꽃을 볼 수가 없습니다
기다릴 수 없습니다
썩을 대로 썩어빠진 세력들이
급기야
당신과의 공생(共生)을 거부한 채
당신을 내팽겨치고
당신의 뿌리를 뽑아버렸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의 아름다운 여름을
기다릴 수 없습니다
우리의 연못은 나날이 나날이
더욱더 썩어가고
우리에게는 이제
천지를 진동하는 악취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하얀 미소가
이제는
없습니다
하얀 관음을 더 이상 더 이상
볼 수가 없습니다

아직도 아직도 우리는
당신이 필요하고
당신같은 연꽃이 그립기만 한데
당신은 연꽃같은 말씀만 남겨주시고
뿌리마저 뽑힌 채
떠나갔습니다 

“걱정하지마. 너희부터 나가고 선생님 나갈께.”

(2014.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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