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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오늘 세계와 어제의 세계 사이 접점을 찾아서
  • 박주희 수습기자
  • 승인 2014.04.14
  • 호수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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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웨스 앤더슨 / 장르 미스터리, 모험 / 개봉일 2014.3.20
"이야기 속의 이야기, 현재 과거 함께 등장하는 액자식 구성 인상적"

주드 로, 틸타 스윈튼, 랄프 파인즈……유명 헐리웃 배우 대거 캐스팅으로 이목을 끈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한 권의 책을 눈으로 본 것 같은 느낌이다. 실제로 영화는 독일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어제의 세계라는 책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고 한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생애동안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적 비극의 시기를 거치면서 유럽이 어떻게 몰락해갔는가를 기록했다.

  1930년대를 배경으로 감독이 창조해낸 주브로브카 공화국이라는 가상 국가가 주요 무대다. 세계대전을 연상케 하는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울 때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둘러싼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영화는 현재 보다는 철저히 과거 회상을 주로 한다. 현재와 과거 사이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과 이야기 속의 또 다른 이야기를 보는듯한 액자식 구성은 한 장면이라도 놓치지 않도록 관객들을 몰입 시킨다. 영화 속 시대 배경은 모든 사회에 불안과 혼란이 요동치면서 파시즘과 나치즘이라는 이념의 대립이 극대화된 시기이다.

  영화는 세계적인 부호 마담 D(틸다 스윈튼)의 죽음과 함께 유산을 둘러싼 인물들 간의 첨예한 갈등과 폭력성을 통해 시대를 나타낸다. 그 중에서도 과거 호텔 총지배인 M.구스타브(랄프 파인즈)와 그의 하수인격 로비보이 제로(토니 레볼로리)는 이런 상황에서도 찬란한 미래를 꿈꾸는 이상주의자로 그려진다. 이들의 모험은 단순히 구스타브의 살인 누명을 벗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사회와 투쟁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대변한다.

  3D, 4D 등 입체적이고 오감을 이용하려는 요즘 영화들과는 달리 대부분 수평과 수직적 시각이 전부인 이 영화는 단편적이지만 명쾌하다. 또한 다채로운 색감의 화면 구성은 구스타브와 제로가 꿈꾸던 이상을 시대와 대조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역설적인 표현은 아닐까. 영화를 본 관객들이 흔히 이 영화를 동화 같다고 평하는 이유와 맥락을 같이한다.

  영화 곳곳에 살해, 음모 등 잔인하고 선정적인 장면도 있지만 크게 기억에 남지 않는다. 오히려 아기자기한 컵케익이 담긴 분홍빛 멘델상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의 동심과 언제나 동경하게 되는 지난 과거를 떠오르게 한다. 더욱이 중간 중간 웃음을 터뜨리는 재치 넘치는 에피소드들은 지루함을 느끼려는 차에 다시 영화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총격전 상황은 오락실의 사격 게임을 하는 사람들처럼 허술하고 엉뚱하지만 볼 만 하다.

  아마도 웨스 앤더슨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오늘의 세계와 어제의 세계 사이에 접점을 보여주고자 한 것 같다. 오늘의 세계에도 여전히 사람 사는 세상은 잔혹하리 만큼 복잡 미묘하지만 동시에 그 안에 순수, 열정, 사랑도 존재한다는 것을 말이다.

박주희 수습기자  jh4790@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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