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호우 경향신문 주간경향 선임기자

6월 4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는 한바탕 소용돌이가 휩쓸고 지나갔다. 기초 선거 무공천이라는 공약 이행 여부를 두고 실랑이를 벌인 것이다.

기초선거에서 공천을 하는게 옳으냐, 아 니면 무공천을 하는게 옳으냐라는 이분법에 서, 공약에서처럼 약속을 지켜야 옳으냐, 아 니면 공약을 했더라도 약속을 철회하는 것 이 옳으냐 라는 이분법으로 발전했다. 여기 에다 야당의 경우 여당이 공천하는 마당에 우리만 무공천해야 하나라는 현실론과 우 리 만이라도 무공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론이 대립했다.

이런 과정에서 이쪽 저쪽을 오간 사람도 있었고, 오로지 한 신념을 끝까지 지킨 사람 도 있었다. 신념을 꺾고 결국 현실에 굴복한 사람도 있었다. 안철수, 문재인, 이재오, 박 근혜 같은 현실 정치인들은 이 과정에서 어 느 한쪽을 선택했고 국민들 역시 심정적으 로 어느 한쪽에 공감을 표시했다.

그렇다면 이 과정에서 누가 옳았고 누가 그른 선택을 했을까?

‘삼국지’를 해설한 ‘평설 인물삼국지’란 책을 보니 여포를 ‘명분 없는 배신을 일삼 은 욕망 덩어리’로 규정했다. 여포는 정원이 라는 은인을 배신해 그의 목을 벤 후 동탁에 게 갔다. 동탁과 사이가 틀어져 동탁을 척살 했다. 여포는 이후 원술, 원소, 장막, 유비 등 여러 군벌의 진영을 옮겨 다녔다.

이 책은 ‘삼국지연의’의 주인공인 유비 역 시 여포처럼 여러 진영을 옮겨 다녔다고 비 교했다. 유비는 공손찬의 휘하에서 다른 사 람으로 주인을 바꿨다. 한때는 여포에 의탁 했다가 조조와 손을 잡기도 했다. 조조를 배 신한 후에는 원소에게 달아났고, 손권에게 의지하기도 했다.

이 책을 쓴 저자는 물었다. ‘어찌하여 유 비는 충절의 표상이자 정의의 화신으로 추 앙되고 여포는 배반과 변절의 상징으로 매 도되게 됐을까?’

저자는 답했다. ‘유비는 손해를 보더라도 대의를 위해 움직였고, 여포는 이익을 위해 의리를 저버렸다.’

세상에는 늘 그대로 있는 ‘상(常)’이 없다. 불교의 가르침이 말하듯 ‘무상(無常)’이다. 모든 현상은 계속하여 나고 없어지고 변하 여 그대로인 것이 없다. 정치 뿐만 아니라 온 세상이 변하고 변한다.

4월이 되어 봄꽃이 우르르 피었다가 우수 수 떨어지고 있다.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 르다. 내일은 더 달라질 것이다.

자연은 약과다. 더 심하게 변하는 것이 사 회다. 아날로그 사회에서 디지털 사회로 변 하면서 하루하루가 변화의 연속이다.

이런 변화의 시대에 사람들은 어떤 식으 로든 선택을 해야 하고, 그쪽으로 움직여야 한다.

앞으로 수많은 변화가 있고 수많은 선택 이 있다. 여러분은 유비의 삶을 선택할 것인 가, 아니면 여포의 삶을 선택할 것인가?

‘삼국지’가 주는 답은 이렇다. 대의를 위 해 움직일 것인가, 이익을 위해 움직일 것인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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