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학종 미디어붓다 대표

불교는 글자 그대로 풀어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그러나 불교를 이렇게 간단히 정의할 수는 없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 마침내 부처의 경지에 오르는 것이라고 하면 조금 더 불교의 정의에 가까운 답이 되겠다. 그런데 이것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불교는 그렇게 간단한 가르침이 아니다. 오죽하면 부처님께서 보리수 아래에서 큰 깨달음을 얻은 후 설법을 포기하려 하셨을까.

부처님께서는 대자비심을 내시어 깨달으신 바를 전하기로 결심하시고 열반 때까지 45년 동안 전법에 모든 것을 바치셨다. 어린 아이를 만나면 어린 아이에 맞게, 노인을 만나면 노인에 맞게, 수행자들에게는 수행자들에 맞게 진리를 설명하셨다. 이를 불가에서는 수기설법 또는 대기설법이라고 부른다. 듣는 이의 수준에 맞게 자유자재로 설법하셨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런 능력을 갖추기가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가끔 이름 높은 선지식의 법문을 듣노라면, 저 법문을 과연 몇 명이나 알아들을까, 의아할 때가 많다. 알아듣기 어려운 법문이 큰스님이라는 명성에 눌려 반복되는 것이 불가의 현실이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이런 고질적 풍토를 깨뜨리고 나선 스님들이 몇 분 나타나셨다. 정토회의 법륜스님, 하버드 출신 혜민스님, 유나방송의 정목스님, 동국대 정각원 교법사 마가스님 등 이른바 국민 멘토로 일컬어지는 스님들이다.

이 스님들의 공통점은 일상의 용어로 불교를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불교나 부처님이라는 용어 한마디 사용하지 않고도 훌륭한 설법을 선보이신다. 불자는 물론 일반인들까지 이 스님들에게 매료되고 열광하는 이유다.

이 스님들은 국민 멘토라는 호칭과 동시에 ‘힐링의 전도사’로도 일컬어진다. 스님들의 말씀을 듣고 고민이 사라지거나, 근심걱정이 해소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불교계에 요즘 힐링 열풍이 거세다. 어디에든 힐링을 가져다 붙이면 시쳇말로 ‘장사가 된다’고 한다. 전통적인 명칭인 ‘수련회’ 보다는 ‘힐링 캠프’라는 것이 더 환영받고, 수행이나 정진이라는 말도 ‘힐링’으로 대체되는 분위기다.

불교의 교리체계를 명료하게 정리한 4성제(고집멸도) 즉,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는 병을 고치는 의학적 체계를 원용했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힐링과 불교는 별개인 것도 아니다.

불교입문의 문턱을 낮춘다는 의미에서 힐링 열풍은 분명 반가운 현상이다. 다만 힐링이 불교로의 초대에 머물지 않고, 진리의 세계로 들어서는 첫 관문이 되게 하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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