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길’저자 김택근(국문 79졸) 동문을 만나다

 “걸으면서 내가 가진 상처, 이기심, 욕심들을 하나씩 버리고 왔지, 무거우면 걷지 못하거든” 도법스님의 생명평화 탁발순례 이야기를 담은 ‘사람의 길’의 저자 김택근(국문 79졸) 동문을 만났다. 그는 도법 스님과 함께 걸으며 자신을 비우려 했다고 말했다. 비우는 것이야 말로 채우는 것이며 또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이 책은 4년간 2만 8천리를 걸으며 전국 구석구석 여리고 약한 생명을 보듬는 도법스님의 생명순례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김택근 동문은 글을 쓰게 된 동기를 “도법스님은 사상과 실천이 일치하는 분이다. 깨달은 것을 실천하는 참된 수행자 중의 한분이라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며 “스님의 순례를 통해 길 잃은 현대인들에게 참된 사람의 길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부처님은 길위에서 나고 길위에서 가신 분이다. 산속에서보다 삶의 현장에서 저 낮은 곳의 노예부터 왕에 이르기까지 생명과 삶의 말씀을 전해주셨던 분이다. 생명평화 탁발 순례의 모습도 그러했다고 한다. 폭력이 난무하는 사나운 ‘농성장’에 이는 분노의 바람에도 탁발순례에 나선 도법스님은 그같은 살기(殺氣)에 아랑곳 하지 않고 끊임없는 대화로 생명을 이야기 했다.

 김택근 동문이 도법스님과 함께 걸었던 길 위에는 이념의 상처, 피 튀는 갈등, 농민들의 울음, 사람들의 상처가 널려 있었다. 산은 한국전쟁이 가져다 준 이념 대립의 상처를 안고 있었고, 마을과 마을에는 개발과 탐욕의 역사가 묻어나 있었다. 저자는 “하늘의 질서 아래 지구의 모든 생명이 함께 사는 길을 우리는 찾고 있습니다”고 말하며 세상이 입은 생채기를 보듬으려는 스님을 보았다.

 20세기는 문명과학의 발전 속에 살아있는 것을 학살한 ‘거대한 무덤’이었다. 21세기 또한 여전히 인간만을 위한 이기심으로 숱한 생명의 고리들은 단절되었고 지구는 병들었다. 이 속에서 스님의 생명평화 사상은 저 건너의 진리가 아니라 우리가 지금 받아들어야 할 실천의 지침이었다고 이 책은 말한다.

 스님의 순례가 경제발전에 방해가 된다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인간은 20분 빨리 가려고 멀쩡한 산에 구멍을 뚫는다”며 “사람들은 그것을 자연 그대로 보존했을 때 생기는 가치’에 대해서는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고 개발만능주의에 대해 비판한다. 그는 “우리 강산은 우리 것이 아니다. 빌려 쓰고 후손들에게 정갈하게 넘겨주는 것이 의무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개발로 파괴를 절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산업의 발전이 사람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었다고 여기지만 결국 그 편리함이 사람들을 다시 구속하게 된다는 것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는 새 정부가 한반도 대운하 건설 정책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 하늘의 이치인데 대운하는 물을 끌어올려 하늘의 순리를 거스르려 하고 있다”며 “대운하로 인해 스러져갈 생명들의 죽음이 언젠가 재앙으로 되돌아 올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스님의 순례길을 50회 정도 동행했다고 한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100여일을 스님과 동행한 것이다. “스님이 고단한 길에 잠자리도 편치 못했을 텐데 내가 코고는 소리에 잠을 잘 못 이루셨을 것 같다”며 웃는다.  떠날 때마다, 스님을 길 위에 두고 오려니 항상 발이 안 떨어졌다는 그에게 스님은 ‘또 밥벌이하러 가는 구나’라며 오히려 그를 위로했다고 한다.

 김택근 동문은 우리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에 ‘현대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학창시절에는 동대신문 편집장으로 활동했으며 졸업 후에는 경향신문 편집부 기자와 문화부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경향신문 논설위원으로 재직중이다.

 환경과 문명 비평의 글을 많이 썼으며 그의 글은 예리함과 특유의 따스함을 가지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는 “현대사회는 물질의 풍요로움은 있을지 모르나 오히려 심성은 피폐해져 간다”며 “이런 현대사회를 비판하려다 보니 자꾸 옛 것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 나오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며 웃는다. 명색이 시인인데 시집 하나 못내서 아쉽다는 김택근 동문. 앞으로도 생명의 소리를 잡아내는 글을 계속 쓰고 싶다는 그에게 변함없이 따뜻한 글로 독자들의 마음을 데우는 작품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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