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가드 김승현 이어 김윤태, 기승호 등 맹활약중
이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가드 전성시대’다. 참 기이한 일이다. 최근 농구계는 높이 확보에 혈안이 돼 있었다. 아시아무대에서의 부진이 한몫했다. 중동과 중국 등이 보인 높이를 앞세운 농구에 대한 공략법으로 국가대표급 센터 확보가 급선무가 됐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나보다. 여전히 우리 농구에서 가드는 중추적인 포지션으로 자리한다. 여러 스포츠에서 조율사의 역할을 중요하다. 축구의 중앙 미드필더부터 시작해 배구의 세터까지, 조율사들이 전술의 핵으로 자리매김한다. 사실상 조율을 책임지는 가드도 이러한 맥락에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번 시즌에도 가드들은 새로운 세대들의 등장으로 전성시대를 구가했다. 김민구(KCC)가 우선적으로 회자되지만 우리 대학 출신들도 만만치 않은 기량을 보였다. 전통적으로 우리 대학 농구부는 가드가 특출났다. ‘천재가드’ 김승현(삼성)을 필두로 많은 가드들이 프로 코트를 수놓았다. 올 시즌 역시 그랬다. 김승현이 ‘노 룩 패스(No Look Pass : 보지 않고 패스하는 기술)’ 등 여전한 천재성을 과시했고 여러 선수들이 그 뒤를 이었다. 지난 시즌 프로에 입성한 김윤태(KGC)는 파이팅 넘치는 활약으로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팀의 간판 가드 김태술(KGC)도 김윤태의 보좌에 흐믓한 미소를 보일 정도. 기승호(LG)의 활약도 눈길을 끈다. 올 시즌 부상 없이 정상적으로 시즌을 소화하기 시작한 기승호는 ‘나만의 플레이’로 살림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새로이 가세한 김시래(LG)와 함께 LG의 돌풍을 주도하고 있는 장본인이다.
우리의 거룩한 계보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다음 시즌엔 새로운 얼굴들이 또 프로 무대 데뷔를 신고할 전망이다. 농구부의 거룩한 계보가 한국 농구에 지대한 발자취를 남기길 우리 모두 응원해야 되지 않을까.
김형민
엑스포츠 기자, 법학과 14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