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성
불교평론 편집인
삼일운동은 일제의 강압이 꼭짓점에 이르렀을 때 민족의 자존과 국권회복을 위해 일어났던 독립운동이다.

1919년 3월1일 불교 천도교 유교 기독교 등 종교인들이 중심이 되어 독립선언서를 낭독하면서 시작된 이 운동은 잠자던 민족혼을 일깨우며 국권회복을 위해 전 민족을 봉기시켰다. 1945년 일제로부터 해방되던 날까지 민족을 하나로 묶는 정신적 기둥이 된 것이 바로 3.1독립운동의 정신이었다.

그 삼일운동의 선두에는 불교가 있었다. 민족대표로 서명한 불교계 인사는 백용성 한용운 두 사람 뿐이었지만 이 운동을 전국적으로 확대시킨 것은 바로 불교계의 청년승려들이었다. <독립운동사>는 동국대학교의 전신인 중앙 불전 청년승려들이 독립선언서를 휴대하고 부산, 대구, 합천, 해남, 양주 등으로 퍼져나가 지방의 만세운동을 주도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범어사 통도사 등 주요 사찰 주지스님들이 서명하고 1923년 상해에서 발표된 ‘대한승려연합회 독립선언’도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불교가 민족의 독립에 남다른 열정을 보인 것은 중생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으려는 보살의 자비심과, 그릇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파사현정의 정신 때문이었다. 아시아를 식민 지배하려는 황색제국주의는 대의에 어긋날 뿐더러 인도주의를 옹호하는 종교적 양심으로도 용납할 수 없었다. 이를 방관하고는 대자대비도 중생구제도 헛말에 불과하다. 이러한 인식은 불교의 선각적 고승들을 필두로 청년지식승려들로 하여금 알게 모르게 일제의 강압에 저항하며 독립운동에 앞장서게 했다. 그 결과가 꿈에도 그리던 민족해방이었다.

그러나 8.15 해방이 진정한 광복이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겉과는 달리 민족내부의 갈등과 고통은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70여년에 이르는 남북분단, 6.25와 같은 동족상잔의 전쟁, 군사적 긴장 등은 모두 일제의 식민지배가 원인이다. 독도 영유권 문제, 위안부 배상 문제 등은 아직도 치욕의 역사가 계속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삼일절 95주년이 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만세운동 이후 해인사 승려 박달준은 만주에 있던 신흥무관학교를 졸업하고 무장투쟁에 나섰다. 물론 지금은 그런 무장투쟁을 요구하는 시대가 아니다. 대신 민족내부의 모순을 해결하고 평화와 민주와 복지가 보장되는 국가를 위한 큰 꿈이 필요하다.

새봄, 새 학기를 맞아 동국의 청년학도들은 촌음도 아껴가며 그 꿈을 구현해갈 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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