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전통 고유례 · 한남대 헌혈봉사 등 의미있는 행사 참고해볼 필요

▲지난달 26일 만해광장에서 열린 2014년 신입생 입학식에서 학생들이 연단을 바라보고 있다.
“입학식 왜 가? 안 가도 돼” 신입생 시절, 재학생 선배가 내게 타이르듯 건넨 말이다. 오랜 시간 대학 진학을 위해 땀방울을 흘렸을 신입생이 대학에서 처음으로 주인공이 되는 행사, 입학식. 어찌해서 우리대학 입학식은 가지 않아도 되는 행사로 전락한 걸까.

우리대학은 지난달 26일 학사과정 3,032명, 석·박사과정 657명의 신입생 대상으로 2014학년도 입학식을 개최했다. 색다른 프로그램과 다양한 참여행사를 기대했지만 신입생이 맞이한 건 틀에 박힌 진행뿐이었다.

총장에 이어 이사장, 총동창회 임원이 축사를 하고 수석 입학생에게 상장을 수여하는 등의 식순은 지난해와 동일했다. 이밖에 유명한 동문으로부터 영상편지를 받아 상영하는 코너가 마련되기도 했지만 그다지 특별한 프로그램 없어 입학식은 다소 지루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두 시간동안의 입학식이 끝난 뒤 신입생 이영주(경찰행정학과1) 군은 “입학식이 어수선한 분위기로 진행돼 집중하기가 힘들었다”며 입학식에 대해 실망한 기색을 내비쳤다. 후배들을 챙기기 위해 참석한 홍동환(체육교육과2) 군도 “손나은이 입학식에 참석한 것 빼고는 지난해와 별반 다를게 없었다”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앞으로 학문을 탐구하게 될 배움터에 대해 긍지와 자부심을 가져야할 입학식에서 안타깝게도 신입생이 느낀 감정은 지루함이었다. 주목할 만한 행사 없이 끝난 우리대학 입학식, 그렇다면 타 대학은 어떻게 입학식을 보내고 있을까.

성균관대는 입학식에 앞서 교무위원이 전통 학위복 차림으로 서울캠퍼스의 문묘 대성전에서 공자의 위패를 향해 절하는 고유례(告由禮)를 올린다. 고유례는 학교의 큰 행사(입학, 졸업, 건물 준공 등)가 있을 때 조상 및 성인에게 이를 알리는 의식이다. 한남대는 입학식 날 헌혈을 하는 캠페인을 7년째 진행해오고 있다. 대학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헌혈에 참여함으로써 대학설립 정신인 봉사의 의미를 되새기자는 의도로 시작된 것이다.

미국대학의 입학식은 신입생이 모교에 대해 자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끔 진행된다. 신입생들은 입학할 대학 정문 앞에서 지정 좌석을 배정받아 자신만의 자리에서 입학식에 참여한다. 또 수만 명 수용 규모의 풋볼 경기장에서 양쪽으로 인간 띠를 만든 선배들에게 열렬한 하이파이브 환영을 받으며 지정석으로 뛰어가기도 한다.

입학식의 취지는 간단하다. 연령이나 학년, 전공을 떠나 오로지 ‘우리는 같은 대학을 다니는 자랑스러운 동문’이라는 애교심과 자긍심을 심어주고 이를 통해 대학생활에 자신감을 심어주려는 것이다.

우리대학 14학번 신입생은 올해 102만 4천 원의 입학금을 학교에 납부했다. 상당한 액수의 입학금을 내고 들어오는 새내기들에게 입학을 축하하고 대학생활의 첫 관문을 잘 통과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학교당국의 당연한 임무다.

화려하고 예산이 많이 소요되는 호화판 입학식을 하자는 말이 아니다. 판에 박힌 입학식이 아니라, 좀 더 참신하고 108년 전통에 걸맞은 입학식을 만들 때가 됐다는 것이다. 무엇이든 간에 입학식을 그저 통과의례로만 생각하지 말고 동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불어넣는 첫 걸음임을 함께 고민해가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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