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는 범죄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이에 이번 학기 경찰행정학과 이윤호 교수의 ‘범죄이야기’를 총 6회에 걸쳐 연재한다. 대학사회의 범죄 사건 집중조명을 통해 학내구성원들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편집자주>

▲스토킹 범죄는 단순한 괴롭힘을 넘어 살인과 같은 끔찍한 비극을 불러 일으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옛말에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꿈을 꾸다가는 범죄자가 될 수 있다. 개정된 경범죄처벌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따르면, 상대방이 명시적인 거부의사를 밝혔는데도 지속적으로 만남이나 교제를 요구하면 '스토킹'으로 범칙금 8만원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지켜보기, 따라다니기, 잠복해 기다리기도 스토킹에 해당되기 때문에 ‘그 집 앞’의 가사 ‘오가며 그 집 앞을 지나노라면 그리워 나도 몰래 발이 머물고’도 발이 너무 오래 머물면 이제는 스토킹이 된다.

개정된 경범죄처벌법은 3차례 이상 교제를 요구하거나 2차례 이상 공포, 불안을 느낄 사유가 있으면 스토킹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 물론 피해자가 공포와 불안을 느낀 증거가 있어야 하고, 싫다는 의사를 정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삐뚤어진 사랑, 스토킹

 
지난 9월 서울중앙지법은 인터넷에서 알게 된 생면부지의 여성에게 수천 통의 쪽지를 보내 사랑을 고백한 사법고시 준비생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또 같은 학과 여학생의 집으로 찾아가 선물이나 ‘사랑한다’는 쪽지를 전달하는 등 수년간 스토킹한 남자 대학원생을 퇴학시킨 학교처분이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결도 있었다.

소개팅에서 만난 여성을 만나고 싶지 않다고 수차례 분명한 뜻을 밝혔음에도 '만나자'고 지속적으로 문자와 전화로 괴롭힌 남자도 있었다.

그렇다. 스토킹은 통상적인 애정표시와는 달리 비뚤어진 집착의 결과물이 많기 때문에 원치 않는 상대방에게는 고통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최근에는 첨단장비로 위치를 추적하는 등의 사이버 스토킹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스토킹이 단순히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끝나지 않고 살인 등과 같은 비극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스토킹 방식이 더욱 악랄해지면서 그 고통을 피하기 위해 피해 당사자들은 이사를 하고 직장을 옮기거나 그만 두기도 한다.

또 극도의 정신적인 불안감과 공포에 시달리며, 자신의 잘못된 처신 때문이라며 자책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심지어 영원히 피할 수 없다고 자포자기하여 우울증을 걸리기까지 하고, 심한 경우 자살충동까지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당신도 스토킹 대상일지 모른다

 
스토킹(Stalking), 외국어이지만 우리말만큼이나 눈에, 귀에 익은 단어다. 그만큼 자주 발생하고 그래서 우리가 자주 듣기 때문일 것이다.

스토킹이라는 이 표적범죄(Target crime)가 세인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미국의 유명 여배우였던 레베카 스케퍼가 열성 남성 팬에 의하여 살해된 사건이 계기가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처음엔 일부 유명인들에게 일어난 제한된 일이었으나 지금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보편적 현상이 되었다.

실제 ‘한국 여성의 전화’에 따르면 스토킹 피해의 상담 접수가 2010년 489건에서 2012년에는 565건으로 증가하고 있어서 하나의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스토킹이 아직도 암표상에게 부과되는 벌금 16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벌금 8만원에 끝나는 경범죄로 치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1990년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모든 주에서 반 스토킹법(Anti-Stalking Act)을 만들어 보통 2-4년의 징역에 처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2000년부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만엔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물론 우리도 경범죄가 아닌 형법범으로 처벌할 길이 전혀 없지는 않다. 스토킹 과정에서 발생하기 쉬운 건조물 침입이나 이메일 해킹 등으로 인한 정보통신법 위반, 그리고 폭행 등 스토킹의 수단으로 수반되는 행위에 대해서 간접적인 혐의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다.

실제로 현직 검사를 스토킹하기 위해 수차례 검찰 청사를 침입한 여성에게 건조물 침입 등 혐의로 징역 6월이 선고되기도 하였다.

특별법 제정통해 피해 줄여야

스토킹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정보가 실려 있는 우편물 등을 함부로 버리거나 개인 정보를 필요 이상으로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스토커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부득이하게도 스토킹을 당하게 되면 확실하고 분명하게 싫다는 의사를 표현해야 한다.

그래도 지속될 때는 소송에 대비해서 가능한 모든 증거를 확보해 두어야 한다. 스토킹을 근절하기 위해 더 중요한 것은 잘못된 연애나 애정관계라는 사적 영역으로만 치부하려는 인식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또 심각한 피해에도 불구하고 암표상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나치게 가벼운 처벌수준은 개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범죄처벌법이 아니라 특별법의 제정이 필요하며,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를 고려하여 징벌적 손해배상도 도입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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