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미남 배우들, 여심을 사로잡다

인기 공연 속 ‘퀴어’코드를 읽다

 
‘사담’은 왕의 사람이 된 ‘열’ 대신 궁에 들어가기로 했다. 기생 출신인 열을 통해 왕이 후계자를 가졌다 하면 궁은 피바람이 불 것이었다. 열을 지키기 위해 담은 자신을 희생하기로 했다. 왕이 자신에게 준 단 하루의 말미. 담은 열에게 그동안 배우지 못했던 글을 가르쳐 달라 한다. 열이 담의 손을 잡고 획을 그어 나갈 때마다 담의 가슴은 찢어질 듯 아프다. “부를 수 없겠지, 그 이름. 내 손에서 떨리는, 나 할 수 없는 말. 이래서 기억이나 할 수 있겠니. 이래서 외울 수나 있겠냐. 이래서 부를 수나 있겠냐”는 담의 뮤지컬 넘버가 애달프다.

‘열’, 여왕 대신 ‘사담’을 원하다
 
뮤지컬 ‘풍월주’, 지난 9일 개막했으며 대 학로 동숭아트홀에서 내년 2월 14일까지 공연한다. 지난해에는 초연임에도 불구하고 티켓 오픈 후 예매률 1위를 차지하는 등 인 기가 대단했다.

사랑을 테마로 한 뮤지컬은 흔하다. 거의 모든 공연은 사랑을 기반으로 스토리가 꾸려진다. 하지만 뮤지컬 ‘풍월주’는 좀 다른 사랑을 보여준다. 풍월주는 신라시대 남자 기생 풍월이라는 참신한 소재를 중심으로 세 주인공의 뒤얽힌 관계를 그린다. 세 주인 공의 엇갈린 사랑에 관객들은 숨을 쉴 새도 없이 극에 몰입한다. 특히 ‘담’이 ‘열’을 위 해 바다에 몸을 던지는 장면에서 객석은 훌쩍이는 소리로 가득 찼다.

공연으로 표면화된 동성애 코드

 
요즘 대학로에는 퀴어 코드를 담은 공연이 종종 등장했다. 퀴어(Queer)란 동성 간의 사랑을 포함한 성적 소수자 모두를 포괄 하는 표현이다. 공연계에서 동성애 코드는 최근 더욱 강세다. 1년에 적어도 3~4편 정도 는 퀴어 코드를 담고 있으며 그중에 1~2편은 흥행성적도 좋다. 이는 성적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인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올 들어 프랑스 동성결혼법 시행, 일본의 첫 레즈비언 국회의원 탄생 등 동성애자가 주류 사회에 편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동성애를 다룬 작품 역시 문화계 이슈로 주목 받고 있다. 칸 영화제에서는 레즈비언 영화 ‘블루 이즈 더 워미스트 컬러’가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소극장 위주의 뮤지컬에서는 퀴어 코드가 오히려 흥행 요건이 됐다. 꽃미남 배우 2 인의 동성애에 미스테리를 더한 흥행공식을 따르는 ‘쓰릴미’, ‘트레이스유’, ‘풍월주’ 등이 20~30대 여성이 주 소비층인 뮤지컬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 5월 공연된 뮤지컬 ‘쓰릴미’는 대한민국 뮤지컬계에서 스테디셀러로 통한다. 2007년 초연 이래 매년 다른 배우들이 무대에 오르지만 주연이 누군지와 상관없이 객석은 가득 찼다. 또한 팬들의 성화에 1주 연 장공연을 실시한 바 있다.

‘이상한’, ‘색다른’의 의미를 내포한 퀴어 (Queer)가 끝없이 새로움을 원하는 대중에게 사랑받는 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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