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색(色)으로 살펴 본 골든타임

제45대 총학생회 ‘골든타임’의 임기도 오는 12월 말 끝난다. 총학생회가 아무리 위기라지만 학내에서 여전히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동대신문은 이번 호에서 그동안의 총학생회의사업과 활동을 소통, 복지, 견제, 저항의 4가지 측면에서 살펴봤다. <편집자주>

33.3%의 확률, 학자요구안의 한계

 
지난 2011년 12월. 학생상벌위원회에서 제44대 총학생 회장으로 당선된 최장훈(정외4) 군의 퇴학이 결정됐다. 이 는‘총장실 및 경영관리실 불법점거농성’에 대한 징계조치였다. 당시 최장훈 군은“학교 측이 학문구조개편과 같은 학생과 밀접한 정책을 결정할 때조차 총학생회와 논의하지 않았다”며“이는 곧 학생의 의사가 학교 정책에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는 이유로 총장실을 점거했었다.

요즘 총학생회는 외면당하고 있다. 학교 정책을 결 정하는 데 있어 총학생회의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 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정은 이번 제45대 총학생회 ‘골든타임’도 다르지 않다. 수차례 학교에 학자요구안을 제출했지만 상당수 거절당했다.

이준권(불교4) 총학생회장 대행은 “많은 학생들의 여론을 수렴하고 분석해 학자요구안 을 제출하고 있지만 학교 측에서 안받아준다고 결정하면 그만”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학생서비스팀 임 지한 과장은 “총학생회의 요구안 중 현실성과 필요성 을 고려해 약 3분의 1정도만 받아들이고 있다. 요구안 중 학생서비스팀 차원에서 처리가 어려운 경우 총학 생회와 실무자간에 논의테이블을 만들지 결정한다”고 말했다.

 ‘골든타임’은 학생들의 영어강의에 대한 여론을 반영해 최근 ‘영어강의제도 개선’을 골자로 하는 학자요구안을 학교 측에 제출했다. ‘골든타임’에 따르면 총 315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강의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학교 측에 영어강의 전면개선을 요구했다. 남보라(국교4) 전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이 지금 까지 영어강의에 대해 꾸준히 불만을 제기해왔다. 이러한 불만여론을 학교 측에 보여주고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총학생회 요구와는 별개로 학교는 지난 9월 부터 영어강의 질적 고도화를 위한 ‘TF팀’을 구성해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남 전 총학생회장은 “학생과 밀접한 교육 정책 입안 시에도 총학생회는 배제되고 있다”며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정한 정책으로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해 총학생회는 총장과 세 차례의 만남을 가졌으나, 정책에 대한 논의 테이블과는 거리가 먼,  스승의 날을 맞아 총장에게 카네이션을 전달하는 등 행사에 가까운 자리였다. 총학생회가 학교 정책에 대해 견제의 역할이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적극적인 요청을 통해 학교 정책에 참여한 총학생회도 있다. 서강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29일 총장을 직접 만나 학교 정책에 관한 답변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수 십 명의 일반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총학생회는 학교 측에 △사학연금 대납금 환수 방안 △BK21플러스 사업에 대한 앞으로의 계획 등 학내 중요정책에 대한 답변을 요청했다. 교무위원들은 2시간에 걸쳐 브리핑을 진행했으며, 학생들이 제기한 학내 불편사항에 대해 해명하기도 했다.

“시대는 변했다” 공감의 정치가 학생을 움직인다

“공감의 정치가 국민이 원하는 정치다.” 칠레 최초의 여성 대통령 미첼 바첼레트가 한 말이다. 그녀는 학 창시절 학생회장을 시작으로 현재 재집권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성공한 지도자다. 그녀의 정치적 성공 그 중심에는 ‘공감’이 있었다.

 

올해 대학가는 국가정보원의 18대 대통령 선거개입을 둘러싸고 저항의 물결을 이뤘다. 우리대학 제45대 총학생회 ‘골든타임’도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과 관련해 지난 6월 19일 입장서를 발표했다.

총학생회는 ‘국정원 선거개입 규탄, 국정조사 실시’ 라는 구호를 내걸고 21일 경희대, 성공회대와 함께 광 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날인 20일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던 서울대 소속 학생이 ‘일간베스트저장소’ 등의 극우 커뮤니티에서 소위 ‘신상털기’를 당하는 일이 발 생했다. 이 소식에 총학생회는 기자회견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동국대 학우들 역시 이와 유사한 피해를 입을 것을 우려하여 기자회견에 단체로 참가하는 것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학생들은 총학생회의 배려에 반감을 표했다. 석정한(컴공2) 군은 페이스북 게시물 댓글을 통해 “시국선언이라는 게 지식인들이 본인 이름 밝히고 양심선언 하는 게 아니었나요? 그럴 각오 없었으면 왜 했 습니까?”라며 기존 입장을 바꾼 총학생회를 비판했다. 또 정성인(경행3) 군은 “신상털이의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단지 그것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학우들이 입장표명을 할 수 있는 자리를 총학이 먼저 제한하고 나선다면 그것이 더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라는 댓글을 남겼다.

학생들은 총학생회가 여론수렴을 하지 않은 채 시국 선언을 추진한 방식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개진 했다. 김종현(컴공3) 군은 “국정원 사태에 대한 총학의 행동은 기본적인 여론수렴조차 거치지 않았다”며 “본인들부터 민주적이지 못한데, 민주주의를 외치는 것 자체가 역설적”이라고 말했다. 총학생회장 자격이 중지된 남보라(국교4) 양은 “국 정원 사태와 관련된 총학의 대응은 학생자치기구 대표들이 포함된 총학생회운영위원회를 통해 신중히 결정된 사안”이라고 답했다.

한편 학생들의 지지아래 사회참여 활동을 펼치고 있는 총학생회도 있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는 1456명의 학생들이 참여한 ‘국정원 사태에 대한 총학생회의 직접행동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약 90%의 지지를 받고 난 뒤 학생선언문을 발표했다. 또 시국토론회를 개최해 총학생회의 집회와 행동을 무위로 돌리지 않기 위 한 방안을 학생들과 함께 고민하는 자리를 갖기도 했다. 서울대 김형래 총학생회장은 “국정원 사태에 대한 총학생회의 대응방식에 불만의견을 개진한 학생들이 있었다”며 “시국토론회를 통해 앞으로의 대응방안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사회 부조리에 대해 대학생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있다. 총학은 공감을 기반으로 한 접근을 통해 학생 들에게 정치참여 욕구를 진작시켜야 하지 않을까. 신경림 국어국문학과 석좌교수는 “과거에는 민주와 반민주의 대립구도로서 대학생들은 민주화 쟁취를 위해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했지만 시대는 변했다”며 “총학생회는 현명한 방식으로 사회참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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