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호성 불교대학 교수

국가대항의 축구경기가 그 나라들 사 이의 평화와 우호를 해치고 있는 것은 아 닐까? 일찍이 “인도로 가는 길”의 작가, 포스터(E.M.Foster)가 했던 우려이다.

우리는 참으로 오랫동안 축구를 그저 축구로만 놓아두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 의 자서전 “영원한 리베로”를 보면, 70년 대 일본에 축구시합을 하러 건너갈 때는 “지면 현해탄에 빠져죽는다”는 그런 각 오로 했다고 한다. 그렇게 과도한 긴장을 하고서도 제대로 축구를 할 수 있었을까?

당연히 축구를, 아니 어떤 스포츠라도 하는 이상 우리 팀이 이 겨야 한다. 이기기를 바라고서 응원한다. 굳이 일본이 아니더라 도, 이겨야 한다. 왜? 이기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스포츠 정신이 기 때문이다.

그러나 참으로 유감스럽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이 하 나 더 있다. 스포츠에서는 언제나 이길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이 기면 좋지만, 질 때도 있다. 그때는 깨끗이 결과에 승복하고, 이긴 팀에게 박수를 쳐야 할 것이다. 그 역시 중요한 스포츠 정신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일본과의 축구에서는 이것이 안 될까? 특별 히 다른 나라와는 달리, 일본과는 그렇게 해야 할까? 물론 거기에 는 역사적인 트라우마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어서이다. 그러나 그런 트라우마 자체는 이제 우리 스스로 치유해 가야 하지 않을 까. 적어도 축구장에서만은 말이다. 그저 축구는 축구여서는 안 되는 것일까?

야스다 고이치 지음, “거리로 나온 넷우익”(김현우 옮김, 후마 니타스)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 중에, 많은 일본의 혐한파(嫌韓派)들이 ‘한국을 싫어하게 된 계기’로서 들고 있는 이유의 하나 에 축구와 관련한 것이 있었다는 점이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일 본이 터키에게 졌을 때, “시청 앞 광장에 모인 군중들이 일본의 패 배에 환호하”(184쪽)는 장면을, TV를 통해서 보고서였다는 이야 기 말이다. 한일 간에는 실로 풀기 쉽지 않은 많은 문제들이 있다. 그럴수록 이런 작은(?) 국면에서만이라도 서로가 서로를 해치지 않는 감정의 관리를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자, 젊은이 들이여, 이제 축구는 축구 그 자체로서만 즐기기로 하자.

축구는 축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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