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빈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인기리에 끝났다. 사람들이 야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겨루기 때문이다. 심판을 매수해 볼이 스트라이크로 바뀐다면 어느 누구도 야구를 좋아하지 않게 된다. 
이처럼 당연한 이치가 공직사회에서는 먼 나라의 일로 치부되고 있다. 국민들이 나라를 위해 부여한 권력을 자신들의 노후를 위해 사용하는 일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최근 ‘원자력 부품비리사슬’도 따지고 보면 공무원과 산하기관 사이의 유착인데 이는 전관예우 때문이다.  또 저축은행사태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낙하산 출신인 저축은행 감사들이 경영진을 감시하기는커녕 오히려 친정집의 검사를 무마해 사태를 키웠다. 

이와 같은 사례는 조그마한 권력이라도 쥐고 있는 관료 밑에 산하기관이 있으면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산하기관의 직원들은 일을 열심히 해도 기관장이 될 수 없으니 무사안일에 빠지게 된다. 관료들은 산하기관을 감독대상보다는 노후를 보내는 장소로 여겨 좋은 것이 좋다는 식으로 산하기관을 대하게 된다. 이런 와중에 국민의 세금은 낭비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전관예우의 폐해는 비단 눈에 보이는 세금낭비에 끝나지 않는다. 더 큰 피해는 미래세대의 주역인 대학생들에게 심각한 가치판단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옳은 일이 옳지 않게 처리되고 이것이 정상이라고 믿게 되면 사회에 정도는 사라지고 편법만 난무하게 된다. 특히 판검사들의 전관예우에 의해 재판결과가 달라진다면 이는 심각한 사회병리현상이다. 퇴임 후 변호사 개업으로 수십억 원을 챙긴다는 소식은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세상이 이와 같이 변하면 결국 망하게 된다. 베팅연습 대신 심판을 매수해 출루할 수 있다면 야구가 대중으로부터 멀어지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공직이 국민의 머슴대신 개인의 치부 수단으로 전락한다면 이는 우리에게 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전관예우를 타파하기 위해선 규제혁파가 필수적이다. 한국에서 대학 및 서비스업이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가 정부의 지나친 규제라고 알려져 있다. 국민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가로막는 규제는 전봇대 규제에서부터 손톱 밑 가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펴져 있다. 이런 규제혁파가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가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관료들의 저항이다. 규제가 없어지면 관료들의 권한이 없어지고 권한이 없어지면 전관예우도 자연히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국가발전에 장애가 되는 동시에 미래 주역인 대학생들의 가치 판단을 좀 먹는 전관예우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끈질긴 생명력을 보이고 있어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이제 순수한 열정을 가진 대학생들이 나서서 대한민국 개조운동으로 승화시켜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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