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희원 법학과 교수
지난달 24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0명 강사들의 모임인 백강포럼 조찬모임에서 특강을 했다. 주제는 ‘빛나는 대한민국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국가정체성 확립을 위한 인문학적 성찰’이었다. 자유(freedom)와 국가안보의 정의론(justice)에 대해 강의했다. 자유의 진정한 의미와 국가안보의 소중한 가치에 목매달아 하던 쟁쟁한 명사들의 열렬한 호응은 초라한 대학 교수 신분인 나에게는 안도의 한 숨을 쉬게 한 안정제였다.

진리는 명백했다. 정치성과 이념에 치우지지 않은 진정성 있고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강의는, 아무리 어두컴컴한 세태 속에서도 임마누엘 칸트의 말처럼 그 자체로 빛을 발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옳은 것은 단지 옳기 때문에 따라야 한다는 그 단순한 진리는 특강을 마치고 학교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원래 대학교는 ‘대학(大學)’ 즉 커다란 학문을 가르치는 곳이다. 소학교가 작은 학문, 중학교가 중간크기의 학문, 고등학교가 조금 높은 학문을 가르치는 곳임에 대비된다. 커다란 학문, 즉 대학(大學)은 암기나 주입이 아니다. 또는 편향된 정치이념적인 내용이 아니다. 문제의 본질에 대해 학생들 스스로 올바른 깨달음을 주는 것이다. 

요즘 동국대 법과대학이 말이 아닌 듯하다.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법과대학이 전력을 다했던 로스쿨 경주에서 탈락한 여파 때문인지 속된 말로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명백하다. 구체적으로 말하기도 민망하지만 정의(正義)의 학문인 법(法)을 가르치는 법과대학에서 정의롭지 않은 일들이 상식처럼 되어있기 때문이리라. 법과대학이 로스쿨에서 탈락했다고 하여 끝일 수가 없다.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법의 영역은 상상을 초월하게 광폭화 되어 있다. 민주성과 개방성을 추구할수록 주권국가나 국제사회 질서는 법규범의 정립을 요청한다.

잘난 변호사 자격증 하나를 위한 로스쿨이 아니더라도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법과대학은, 대한민국 최고 로스쿨 진학을 위한 과정은 말할 것도 없고, 법률관련 자격증 과정, 더 크게는 국가안보 전문가, 국제기구 전문가, 국제거래 전문가, EU법 전문가, 중국법 전문가 양성 등 현재의 교수 숫자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의 많은 영역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고식적인 6법의 전통에 매달리고 동국대학교 순혈주의에 얽매인 모습은 참으로 보기에 민망하다.

우리대학의 문제는 결코 동국대 출신의 눈과 기존 병폐에 일정한 지분이 있는 분들의 시각으로 보아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백강포럼 명사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았던 지난달의 여운이 진정성과 정의라는 울림으로 나에게 다시 메아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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