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인가 싶어 사전을 찾아보니 장마철임에도 불구하고 땅이 마를 정도로 비가 오지 않는 것을 의미한단다. 반대로 초가을 잦은 비를 ‘건들장마’라고 한다는데, 한 해에 두 장마를 모두 보고 싶지는 않다.
최근 UN산하기관의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이 같은 폭염현상은 2020년에는 2배, 2040년이면 4배 증가할거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보다 더 편리하고 쾌락을 자극하는 즐거움에 목매는 동안 우리가 행복하게 살아가야할 이 세상은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는 것이다.
간화선의 이론적 창시자로 일컬어지는 대혜종고(1089∼1163)선사의 소담한 법문을 모아놓은 ‘종문무고(宗門武庫)’라는 책이 있다. ‘선문의 무기창고’의 뜻인데, 책 중간에는 이런 법문이 나온다. “눈이 내릴 때면 세 종류의 스님이 있다. 가장 우수한 스님은 승당 안에서 좌선을 하고, 중간쯤 스님은 먹을 갈아 붓을 들고 시를 지으며, 가장 못난 스님은 화롯가에 둘러앉아 먹고 떠든다.” 내가 이 이야기를 읽었을 때는 여름이 가기 전에 마쳐야할 숙제가 하나 있어서 낡은 선풍기 하나에 의지하여 서고를 떠나지 않고 몰두하던 즈음이었다. 나는 법회에 나가서 이 이야기를 몇 차례 하기도 했다. 우리 같은 스님은 더위에 상관없이 수행에 전념해야하고, 자기 질서가 있는 사람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다.
마지막 부류는 분위기를 잘 타서 쉽게 휩쓸리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인간세의 즐거움은 인간 속에 있지 않겠는가? 어차피 우리는 각자 자신의 세계를 살아가야한다. 난 책상머리에 붙어 있어야만 하는 신세가 되었지만, 신도들에겐 사랑하는 가족들과 여름휴가들을 꼭 다녀오시라는 당부의 말씀을 드렸던 기억이 난다. 대지의 열이 아직 내리지 않는 속에서도 풀벌레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사람 좋은 것까지 나무랄 수 없어도 자기질서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올 가을이 더욱 뜻 깊을 것이다. 나는 어떤 부류의 사람인가?
보경 스님
서울 법련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