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원의 하루 일정표
오전 6시 반, 아직 해가 뜨지도 않아 어두컴컴하다. 상록원의 이른 아침을 여는 사람은 ‘조식 준비팀’이다. 아침 일찍 주방에 나온 임경자 여사는 제일 먼저 지하의 냉장고의 전원을 검사한다. 밤사이 전원이 꺼졌으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점검이 끝나면 큰 솥에 밥과 국을 하기 위해 물을 담는다. 그 사이 유진영 영양사는 1층에서 방금 도착한 왕새우 튀김, 야채튀김의 수량과 유통기한 그리고 원산지를 검사한다. 검사가 끝난 식자재들은 지하의 냉장고로 옮겨진다.

8시 반, 손원숙 여사가 일품 코너 주방에서 아침식사 메뉴를 준비한다. 오늘의 메뉴는 제육볶음 백반이다. 주방장은 백반에 이어 10시부터 선보일 재료 손질 중이다. 음식준비를 하면서도 임 여사는 주방 청결을 위해 청소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수시로 하려고 노력하죠. 바쁜 점심시간에는 특히 더요”라면서 주방 바닥을 물로 씻어낸다. 배식 받는 창구에선 준비가 한창이었다. 손원숙 여사는 “에이~찍지마!”하며 손사래를 친다. 상록원에서 아침을 먹는 학생은 많지 않았다. 유 영양사는 “기숙사 식당이 생기면서 많이 줄었죠”라며 조식 판매는 학생 복지 차원이라고 말했다.

교환학생은 3층 식당 몰라

상록원에서 아침을 먹고 나오는 러시아에서 온 교환학생 Vlad는 “외부 식당보다 저렴해서 자주 이용하지만 메뉴가 매일 똑같고 과일과 채소가 부족해요”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식당을 나서는 그에게 지난 7월부터 생활협동조합(사무국장=박군서·이하 생협) 직영 매장으로 들어간 3층 교직원 식당을 소개했다. 3층은 샐러드와 디저트가 제공된다. 그는 “교환학생들은 교직원식당이 있는지도 모른다”며 반색했다. 상록원에는 1층 분식코너, 솥앤누들, 버거킹이 있으며, 2층에는 학생식당, 3층에는 교직원 식당이 자리한다.

가격대비 만족도 높아

3층 식당이 직영으로 변경된 후 채식당은 종전의 약 2배 정도 일일 이용객이 늘었고 일반메뉴도 일일 이용객이 약 100여 명이 증가했다. 12시는 교직원들의 점심식사 시간이다. 교직원 식당은 5분만 늑장 부려도 긴 줄 끝에서 십여 분을 기다리게 된다. 생협 유재춘 과장은 “그룹웨어를 통해 구성원들에게 11시 15분에서 30분 사이에 오늘의 메뉴를 공지 하다보니, 메뉴 결정을 못한 교직원들의 발길을 이끌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본 기자가 교직원 식당에서 먹어본 함박스테이크는 음식의 양과 그 맛에 두 번 놀랐다. 5000원이란 가격을 믿을 수 없었다. 이렇듯 양과 질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된 비결은 ‘공동구매’를 통해 식자재를 저렴하게 구입하기 때문이다.

또한 메뉴개발을 위해 호텔, 사찰음식점, 한식당, 일반 식당 등을 다니며 벤치마킹 등의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인다. 유 과장은 “지금은 몇 개월 안 돼 구성원 분들이 새로워 하시지만 조금 지나면 지루해질 수 있어, 지속적 메뉴 개발과 변화를 추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운영에 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상록원의 운영 매커니즘

오후 2시, 양정자 여사는 주방 한 편에서 늦은 점심식사를 하고 지하 휴게실로 내려왔다. “보통 휴식시간은 자기 자유지, 방에서 쉬거나 옥상에서 햇빛을 쬐기도 해”라며 오전 내내 고생한 다리를 두드렸다. 또 “학생들이 식권만 잘 내주면 덜 힘들텐데”라며 학생들과의 사소한 실랑이가 피곤할 때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상록원 주방직원들은 파트를 나누어 오후 2시부터 4시 사이에 휴식시간을 갖는다. 이때는 식당의 메뉴를 2개로 줄여서 축소 운영한다.

휴식시간이 끝날 즈음 “300원만 더 주시면 되요”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바로 식권판매를 담당하는 신명주씨 목소리이다. 지금도 하루에 120여 명은 자판기 대신 직접 식권을 구매한다. 신씨는 “이윤을 간신히 맞추고 있다”며 2층 학생 식당 하루 매출은 2400그릇 정도란다.

어느새 주방에서 맛있는 냄새가 났다. 상록원에서는 늘 신선한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음식을 미리 조리해 놓지 않는다. 영양사는 “음식은 미리 만들어 놓으면 식감, 온도, 맛이 변하기 때문에 조금씩 자주 하려고 해요”라며 “메뉴를 선정할 때도 조리법과 식자재, 그리고 메뉴 스타일이 겹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라고 말했다.

교류의 장, 상록원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벌써 시계 바늘은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마무리를 할 때다. 문득 오후 1시경 2층 학생 식당에서 만났던 강민건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할아버지는 “장충동 공원에 놀러오는 노인네들이 저렴한 가격에 식사하러 많이 오지”라며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참 고마운 곳이야”라고 하며 식사를 했다. 상록원은 학교 구성원만 이용하는 것이 아닌 지역 주민과도 음식으로 소통하는 ‘교류의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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