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아(교육학과 04졸) 동문

9월 가을학기가 시작됐다. 학년을 불문하고 취업준비에 대한 압박이 점차 심해질 시기다. 토익점수도 학점도 더 올려야 한다.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적으려면 이것저것 도움이 될 만한 경험은 무엇이든 더 만들어야 한다. 2004년 내가 취업했던 그 해 가을보다 2013년 지금의 가을은 아마도 더 치열하리라.

기업 홍보팀의 방송파트 리더 위치에서 여러 후배들을 뽑기 위해 많은 이력서를 접해 봤다. 만점에 가까운 토익점수, 학점은 기본이 4.0 이상, 여기저기 다양한 분야의 인턴경험에 기타연주, 살사댄스 등 취미 특기사항까지도 화려하다. 그러나 생각해 볼 문제다. 과연 그 안에 어느 정도의 깊이가 있는지. 화려한 이력들이 단지 취업 이력서 한 줄을 적기 위한 딱 그 만큼의 가벼운 무게밖에, 그 뿐은 아닌지에 대해서 말이다. 깊이의 부재. 대학을 갓 졸업한 요즘 세대 후배들에게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요즘 후배들에게 일을 시켜보면 상당히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무언가 해결해야 할 업무과제를 주면 즉각적으로 해결해 가져오는 듯 보인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너무도 가볍다. 한 단 계 깊이 ‘왜?’라는 질문을 던지면, 그제서야 ‘왜?’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딱 그 만큼의 결과물만 가져오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SNS 등으로 빠른 정보확산과 다양한 경험의 즉각적 공유가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온 세대. 정보를 처리하는 기술이나 다양한 경험의 흡수가 우리 세대보다 더 뛰어나 보인다. 하지만, 콘텐츠의 깊이는 대체로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깊이 있는 성찰과 사색의 기회 없이 자신의 콘텐츠에 깊이를 더하기는 쉽지 않다. 너무도 많은 것들을 빠르게 즉각적으로 흡수하기 보다는 어느 하나에 대해 깊이 있게 접근해보는 생각의 훈련이 지금 학생들에게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이번 학기에는 학생들이 조금은 여유 있게, 깊이 있는 내공을 다지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좋겠다. 남들 좇아서 빠르게 경험의 횟수만 늘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하나의 경험을 통해서라도 그 경험에서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배우는지, 진하게 빠져보고, 그 경험을 오롯이 자신의 컨텐츠로 다져가야겠다. 깊이 있는 진짜 나의 경험으로 만들어야 하겠다. 빽빽하게 적혔으나 이도저도 아닌 가벼운 이력보다는 단 한 줄의 무게 있는 이력이 자신을 드러내는데 더 가치 있게 쓰일 것이라 확신한다.

이제 완연한 가을이다. 사색과 성찰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 내가 갖고 있는 콘텐츠의 깊이는 어느 정도인지 돌아보고 자신의 깊이 있는 내공을 다지는 가을학기로 만들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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