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빨리 좀 가주세요.”
집에서부터 택시를 타고 갈 수밖에 없었다.
꼬리뼈의 통증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꼬리뼈 부분에 파스를 붙이고 면접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거울 앞에서 미소 짓는 표정을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엑스레이를 보면서 머릿속을 채웠던 물음표들이 다시 떠올랐다.
수많은 물음표의 고리가 내 입꼬리를 아래로 잡아당기는 것 같았다. 온통 꼬리뼈에만 뻗어 있는 신경들을 다시 입꼬리로 모았다. 어느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을 답변을 꼼꼼하게 외우고, 굽 있는 구두도 쇼핑백에 넣어 챙겨두었다. 편한 운동화를 신고 간 뒤 면접장에 도착해 갈아 신을 계획이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나니 시간이 지체되어 있었다. 서둘러 택시를 잡아탔지만 출근 시간과 겹치는 바람에 도로가 막혔다. 오늘따라 신호에 더 자주 걸리는 것 같았다.
“면접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지름길이라도 찾아서 가주세요.”
운전기사는 도로 정체가 풀리자 속도를 높여 앞서 가던 자동차들을 추월했다.
운전기사가 차선을 끼어들 때 즈음 핸드폰 벨이 울렸다. 내 핸드폰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만일을 대비해 핸드폰을 무음으로 설정해놓았기 때문이다.
운전기사는 여유롭게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더니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빠르게 달리던 택시는 통화가 이어지면서 다시 느려졌다. 차라리 이곳에서 바로 하차하고 다른 택시를 잡아서 타는 게 현명할 것 같았다.
말을 하려는 찰나, 한참 떠들며 통화하던 운전기사가 갑자기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말을 멈췄다. 경찰 한 명이 도로에 서서 봉을 흔들며 택시를 세우고 있던 것이다. 시계를 보니 면접 대기실 입실 시간까지 겨우 20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운전기사는 차를 세우고 유리창을 열었다.
“운전 중 핸드폰 사용 금지입니다. 잠시만 나와 주세요.”
“뭐야 저놈은.”
운전자는 낮은 목소리로 욕을 하면서 문을 열고 나갔고, 경찰과 거칠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들은 벌금에 대한 의견을 놓고 실랑이를 벌였다. 하필 지금 경찰한테 붙잡힐 건 뭐람. 점점 언성을 높이는 운전기사는 승객이 타고 있다는 사실을 잊은 모양이었다.
미터기 액정의 숫자가 하염없이 올라갔다. 면접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실랑이를 벌이는 경찰과 운전기사 뒤로 내가 가야 할 곳이 보였다. 허공으로 높게 뻗어 있는 고층 빌딩 중에서 가장 빛나는 건물. 당장 문을 열고 나가 계산을 하지도 않은 채 무조건 달렸다. 몸 안에서 꼬리뼈가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고, 나는 달리기를 멈추고 빨리 걸었다. 식은땀이 났다. 뒤에서 택시 기사가 누군가를 향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뒤돌아보지 않고 몸을 기우뚱거리며 빌딩을 향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