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베리의 마녀들
지은이 : 존 코널리
펴낸곳 : 오픈하우스
14,800원 / 640쪽
중앙도서관 인문과학실
청구기호 : 823 C752n문

머릿니 잡겠다고 모기약을 뿌려달라던 초등학교 친구, 녀석의 집에서 열어본 하드커버 책 한 권 속에는 악령으로부터 밤새 몸을 지키려는 누군가의 사투가 있었고, 기괴한 날개를 달고 밤하늘을 부유하는 요괴와 두터운 지하실 벽 속에서 광기를 토해내는 검은 고양이가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이해할 수 없는 존재들’에 대한 끌림. 그건 마치, 늦은 밤 재래식 화장실을 찾을 때와 같다.

짙어지는 고약한 냄새는 검은 빛의 화장실 창문 하나를 목전에 두게 될 것임에 다름 아니었고, 하지만 더 다가설 수 밖에 없는 묵직한 발걸음과 마찬가지였다. 분뇨냄새의 영역으로부터 벗어나기까지, 창문 너머의 진한 어둠을 들여다 볼 용기는 차마 끌어내지 못한다. 그 안에는 오래전부터 나를 기다려왔을 무언가가 있을 것임을 확신하고야 마는데, 오렌지 빛 안광이나 탈색된 흰 손가락 몇 개가 이쪽을 향해 있을 거라 믿고야 마는 것이다.

16개의 중단편, 부록으로 3개의 단편이 실린 존 코널리의 ‘언더베리의 마녀들’ 속엔, 어둠 속 재래식 화장실 창문 너머에나 어울릴 무수히도 많은 이미지, 뱀파이어나 마녀, 알 수 없는 목소리 심지어 긴 머리칼 그녀의 꿈틀거림마저 담겨 있다.

하지만, 작가는 일방적으로 공포를 강요하진 않는다. ‘흡혈귀 미스 프롬’ 편에서 남자들이란 정말이지 이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피조물들이라고 되뇌는 흡혈귀 프롬 양 탓에 씁쓸히 웃어버리게 되는 식의 시니컬한 유머 또한 곳곳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반사되는 눈’ 편에서는 사설탐정의 범인 찾기 과정을 주된 흐름으로 내세우는 한편 살인범의 정령이 갇혀버린 거울이란 비현실적 소재를 배치해 ‘신화’와 ‘현실’의 적당한 균형을 유지하거나 뒤섞어버린다. 독자가 느끼는 것이 결국 ‘공포’일지 몰라도 그에 다가서기 위해 여러 경로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존재들’은 현실 속에서 나타나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이지만 또 하나의 신화로 가공되기도 하고, 나를 놀래기 위해 기둥 뒤에 숨어 있는 친구처럼 현실의 어디로 와락 안겨들 기회를 노리고 있을지 모를 일이기에 늘 숨을 가다듬어야 한다. 작가는 알 수 없는 쾌감 탓으로 거리를 두고 싶어도 마냥 고개를 돌릴 수 없을 인간의 미약한 정서를 두드리며, 두려움의 존재들이 우리 일상에서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 수 있는지를 덤덤히 보여준다.

기괴한 고양이 울음소리에 끌렸다거나, 머리를 감다가도 섬뜩한 기운에 거품 낀 눈을 억지로라도 뜨고 위를 올려봐야 하거나, 아파트 옥상 위 피뢰침이 소복 입은 처자로 변해 손을 흔드는 착시에 몸을 떨었다거나 하는 사람이라면, 그것보다 몇 배로 극심한 두려움에 한 발, 한 발 슬쩍 담가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이 쓸쓸한 가을 밤, ‘언더베리의 마녀들’ 첫 장을 넘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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