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먹물기가 있어” 이 말은, 가마를 타고 온 새 색시에 대해서 동네 사람들이 주고받는 아주 좋은 찬사 가운데 하나였다. 예전에 대학교 등 교육 제도가 없던 시절, 배움의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는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시집오기 전에 그래도 글깨나 읽어서 얼굴이나 몸가짐, 언행에 먹물(배운 사람) 티가 난다는 것이다. 여자가 살림이나 잘 하면 되지, 글을 좀 읽었다는 것이 그렇게 큰 의미를 가지는가? 그렇다.

예전의 학문은 곧 그 사람을 만드는 것이었다. . 이는 당시 우리 사회에서 추구하던 인간상이며 삶의 중요한 가치관이었고, 성격에 다소 차이는 있더라도 이와 같은 가치는 동서양 모두에서 존중돼 왔다. 오늘날까지 인간이 존엄함을 유지하며 사회 발전을 지속해 올 수 있게 하는 기반 에너지는 그러한 학문이었던 것이다. 이제 그것의 다는 아니더라도 오늘날 일상적인 사회생활에서 그 기반이 최소한으로나마 드러난 것이 ‘교양’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즈음 잘못된 자본주의 시대에 속도와 기능만이 중심이 되어서인지 교양이 너무나도 형편없이 실종된 듯하다. 이 사회의 미래를 이끌 기대층이라면, 단연 학문과 현재 가장 가깝게 접하면서 교양인을 지향하는 대학생일 것이다. 따라서 대학생들은 그가 사는 사회에서 갖는 위상과 책임을 준엄하게 받아, 자존심과 책임감이 있는 뜻을 품고 언행을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대학생들에게 그러한 기대도 별로 하지 않는 것 같고, 대학생들도 자부심이 그리 높지 못하여 ‘교양’ 덕목이 외면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저 눈앞에 표피적으로 보이는 출세와 돈에 최고의 가치를 둘 뿐이고, 힘든 공부나 학문은 고시나 입사 시험에 통과하기 위한 목적으로서 존재하며, 그 외의 모든 것은 그저 그 순간 쉽고 재미있으면 그만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그래서인가 요즈음 대학생들의 언어가 교양인에게 걸맞는 모습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무분별한 인터넷 언어를 일상어에 다수 들여와 쓰고 있으며, 최근에는 저급하고 자극적인 이른바 일베 용어나 SNL에서의 말들을 여과 없이 사용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세대 간에 집단 간에 소통이 어려워지고, 사회는 계속 품위를 잃어가고 있다. 이는 대학 시절이 앞으로 자신과 사회를 일구어 나갈 소양을 키우는 참으로 의미 있는 시간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개인적인 부족함이 큰 이유이겠지만, 이 사회에서 이들에게 소중한 기대를 더욱 보임으로써 대학생을 포함한 우리 젊은이들이 더 높은 자부심을 품으며 언행도 추스릴 수 있으리라 본다. 그리하면 대학생들의 우리말 사용도 좀더 아름답고 품위있는 모습을 갖추게 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대학생들 스스로가 자존심과 책임감을 인식하여 자기화하고 실천하려는 자각 노력이 앞서야 할 것이다. 비아냥이 아닌 순정한 먹물기가 있는 대학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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