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부터 미술까지, 문화예술의 도시 파리

▲프랑스에서 만난 길거리 연주가. 이곳에선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자유롭게 노래하고 연주한다.

프랑스 파리는 무수히 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는 도시다. 그 중에서도 파리의 특징을 가장 잘 표현하는 수식어는 ‘문화예술의 도시’가 아닐까 생각된다. 문학에서부터 미술, 그리고 영화까지. 파리는 프랑스 예술뿐만 아니라 전세계 예술의 발전을 이끄는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이번 기사에서는 그러한 파리의 문화와 예술에 대한 필자의 감상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콰지모도와 장발장이 살아 숨 쉬는 도시

프랑스 문학의 선구자 ‘빅토르 마리 위고’의 대표작 ‘노틀담의 꼽추(원제 Notre-Dame de Paris )’와 ‘레미제라블(원제 Les Miserables)’ 모두 파리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노틀담의 꼽추는 시테섬에 위치해 있는 노틀담 성당을 주 무대로 서술됐으며, 레미제라블의 시대적 배경인 프랑스 혁명의 시발점이었던 바스티유 감옥 역시 파리에 위치해있다.

빅토르 위고는 프랑스인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작가였고, 프랑스 문학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거장이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00년. 콰지모도와 에스메랄다가 처음 만난 노틀담 성당 앞 광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높은 객석이 마련돼 있고, 프랑스 혁명의 불꽃이 됐던 바스티유 감옥은 이제 사라지고 없다. 하지만 노틀담 성당이 뿜어내는 그 웅장함과 아름다움, 그것들이 주는 감동만큼은 아직도 건재하다.

바스티유 감옥이 있었던 자리에는 프랑스 혁명과 혁명 아래 희생된 민중들의 혼을 기리는 기념탑이 세워져 있다. 민중들이 자유와 평등을 갈마하며 부쉈던 바스티유 감옥은 이제 역사속으로 사라져버리고 말았지만, 그 당시 그것들을 갈망하며 희생되고 싸웠던 민중들의 정신은 아직 바스티유의 탑으로 남아 하늘과 맞닿아 있다.

콰지모도와 장발장이 파리를 누비던 그 때 그 시절의 파리와 비교해 지금은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역설적으로 모든 것들이 그대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콰지모도와 장발장이 바라보곤 했던 파리의 풍경을 직접 만나 볼 수 있다. 그들의 자취를 쫓아 파리를 걷고 있다 보면, 어느새 콰지모도와 장발장이 당신에게 말을 걸어올지도 모른다.

‘선택과 집중’, 당신이 예술을 즐기는 법

파리에는 엄청나게 많은 미술관과 박물관들이 존재한다.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루브르 박물관과 밀레와 고흐 등 유명 화가의 작품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오르세 미술관은 센느강을 끼고 걸어서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그 밖에도 현대 미술의 총 집약체라고 할 수 있는 퐁피두 예술 문화센터와 피카소 미술관, 살바도르 달리 미술관 등 주요 박물관과 미술관만 구경한다 해도 발에 불이 날 지경이다.

한정돼 있는 시간, 파리의 박물관을 구경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선택’이냐, ‘집중’이냐. ‘선택’의 방법은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 등의 주요 작품들만을 미리 꼽아 그것들만을 구경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파리의 주요 박물관과 미술관을 모두 방문했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다녀왔다’는 구색에만 치중해 작품에 대한 진중한 감상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집중’의 방법은 자신의 선호하는 예술 성향과 가장 유사한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하나 골라 그곳에 집중하여 관람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선택’ 방법 보다는 하나의 작품을 진득하게 바라보고, 많은 생각을 해볼 수도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때문에 파리에 와서까지 다른 유명한 곳을 방문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가질 수도 있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 두 가지 방법 중 필자가 선택한 방법은 ‘집중’이었다. 고흐의 작품을 직접 보겠다는 결심해 오르세 미술관을 선택해 하루를 잡고 작품들을 감상했다. 오르세 미술관의 전시실은 0층, 2층, 5층으로 구성돼 있으며 대표적으로 0층에서는 밀레의 ‘만종’을, 2층에서는 고흐의 ‘자화상’을, 5층에서는 모네의 ‘수련’을 감상할 수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필자는 오르세 미술관의 작품을 전부 감상하는 데만 꼬박 하루가 걸렸다. 오르세 미술관의 규모의 몇 배 이상인 루브르 박물관을 ‘집중’ 방법으로 관람하기 위해서는 필시 하루 이상을 잡아야 할 터였다.

오르세 미술관에는 어렸을 적부터 보아왔을 만큼 유명한 작품부터 처음 보지만 강한 인상을 풍기는 작품까지 수많은 작품들이 전시돼있다. 오르세 미술관의 전시물들은 관광객들만을 기다리며 수동적으로 걸려있지 않는다. 오르세 미술관의 작품들을 감상하다보면 전시물이 어느새 내게 ‘말’을 걸어온다. 사실 굉장히 유명한 작품이 아니라면, 제목조차 불어로 돼 있기 때문에 이 작품이 무엇을 그린 건지 그림을 보고 유추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나름대로 매력이 있는 것이, 제목을 읽을 수 없기에 제목이라는 틀에 그림을 한정 짓지 않을 수 있다. 화가가 붙인 이름보다 작품을 더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특권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박물관과 미술관에 사람이 북적이는 것이 싫다면 야간개장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루브르 박물관은 수요일과 금요일에 야간개장을 하고, 오르세 미술관은 목요일에 야간개장을 한다. 야간개장을 할 때는 밤 9시 45분까지 개장을 하기 때문에 보다 여유롭고 한적한 관람이 가능하다.

꿈꾸는 예술가들의 언덕, 몽마르뜨

놀랍게도 129m의 높이를 가진 몽마르뜨 언덕은 파리의 온 풍경을 감상 할 수 있는 파리 내 최대 고도를 가진 장소다. 몽마르뜨 언덕은 옛날부터 화가와 시인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몽마르뜨 언덕은 미술사에서 절대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는 인상파, 상징파, 입체파 등의 발상지이다. 파리의 하늘과 가장 맞닿아 있는 곳이자 가장 자유로운 예술가들이 그들의 세상을 꿈꾸는 언덕, 그 곳이 바로 몽마르뜨 언덕이다.

널리 알려진 곳 이다보니 몽마르뜨 언덕은 그 입구서부터 각종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과 인파들로 붐빈다. 얼핏 우리나라 명동 모습과 겹친다. 워낙 사람도 많고, 특히 관광객들이 많아 파리에서 가장 소매치기와 사기를 조심해야 하는 곳이라고 한다. 가방을 움켜쥐며 몽마르뜨 언덕 최정상에 위치한 사크레쾨르 대성당을 올라가기 위해 그곳으로 통하는 작다란 언덕에 들어섰을 때 실팔찌를 파는 흑인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흑인들은 일반 기념품 장사꾼들보다 훨씬 경계해야 하는데, 관광객들을 상대로 호객행위를 넘어 실팔찌를 강매를 하기 때문이다. 아무 생각 없이 그들 곁을 지난다면, 어느새 그들은 당신의 손에 실팔찌를 매고는 유로를 요구할 것이다. 더욱이 안타까운 건, 실팔찌를 강매하는 흑인들 주변에는 갑작스러운 강매에 당황해 하는 외국인을 도와줄 만큼 착한 현지인이 없다는 것이다. 강매에 기분이 상해 관광을 망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긴장을 풀지 말고 다니는 것이 좋다.

몽마르뜨 언덕에서 사크레쾨르 대성당만큼 유명한 것은 거리 화가들의 풍경이다. 거리를 메우고 있는 화가들은 손님의 주문에 따라 캐리커쳐를 그려주기도 하고, 초상화를 그려주기도 한다. 수많은 화가들이 모여 있다 보니 한 명 한 명의 화가마다 미묘하게 화풍이 달라 어떤 화가에게 그림을 부탁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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