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속내는 거짓 인생

 ▲영화 ‘블루 재스민’ 포스터
학교 도처에 소위 명품이란 물건들이 자주 보인다. 학생 스스로 명품을 살 경제적 능력이 있어서일까? 아니면 짝퉁? 명품은 유럽산, 특히 프랑스산이 많은데 몇 대에 걸친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그런데 이 명품을 가장 많이 사는 소비자는 한국과 중국의 졸부층이라는 발표가 나오기도 했다. 짝퉁도 많다. 실제로 프랑스에 가면 루이뷔통 가방 들고 샤넬 재킷 입은 여자는 주로 외국인들이다. 서양인들 중엔 미국인이 많다.

바로 그런 여자, 명품으로 두른 재스민이 나오는 ‘블루 재스민’은 그런 심리를 기차게 분석해내는 묘미를 보여준다. 영화제목이 상기시키는 ‘블루 문’을 비롯한 절절한 재즈 리듬이 블루스처럼 쳐지는 재스민의 속내를 세세하게 들춰낸다. 재즈광이자 연주가인 우디 알랜의 여성심리 관찰이 혀를 차게 만들기도 한다.

재스민은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날아온다. 샤넬 재킷에 루이뷔통 여행가방 세트, 일등석 등 화려하고 돈 많은 명품족 뉴요커로 보인다. 그녀가 도착한 동생 집은 샌프란시스코 허름한 차이나타운이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과거회상식 플래시백보다는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를 대칭적으로 보여주는 편집구성은 재스민의 어제와 오늘을 동시에 보여준다. 뉴욕에서 돈 잘 버는 사업가 남편과 살던 호화로운 재스민의 삶, 명품으로 두른 그녀는 자선파티도 하고 고급 레스토랑을 다니며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처럼 살았다. 그런데 남편이 사기꾼이고 여러 여자를 동시에 사귀는 바람꾼인걸 알면서 단번에 무너진다.

적시에 명품 선물을 해주던 다정한 남편, 그 남자가 자신을 늘 사랑해주리라 믿었던 그녀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녀 아닌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는 이혼통보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다. 이제 그녀는 입양아로 자란 유일한 가족인 가난한 동생에게 기대 새 인생을 살려고 샌프란시스코로 날아온 것이다. 그녀에게 새로운 삶이 가능할까?

전 남편이 복권으로 딴 돈까지 사기꾼 형부에게 투자해 날린 후 이혼한 동생, 재스민은 동생이 만난 노동자 남자친구를 ‘루저’라고 비웃는다. 여전히 명품을 두른 채 치과 접수원으로 일하며 낙심한 그녀에게 기적 같은 기회가 찾아오긴 한다. 우연히 간 파티에서 부자 남자를 만난 것이다. 그러나 명품 두른 그녀의 화려한 겉모습으로 남자에게 기대는 강렬한 의존심과 허영기를 감추기에는 역부족이다.

얼마 전 개봉한 ‘블링 링’에서도 할리우드 배우들 집에서 명품을 훔쳐낸 십대들의 허황된 명품판타지를 보여준다. 명품에 빠져든 게 한국만이 아니란 점은 위로가 되지만, 유럽을 선조로 기억하는 미국의 명품 판타지도 역사의식 결여의 허망함을 느끼게 해준다.

Tips 명품, 하다못해 짝퉁이라도 두르고 싶다면, 그 돈으로 자신을 명품으로 만드는데 투자하길 강력하게 권한다. 인간 명품만이 진품이니까. 인간 명품은 표시 나는 명품 제품으로 치장하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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