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개발 때문에 아직 결혼도 못하고 있어요.”

프로그램과 씨름하며 밤낮으로 연구에 매달리는 교수가 있다. 바로 컴퓨터공학과 홍정모 교수다. 컴퓨터 그래픽(CG)에 미쳐 있는 홍정모 교수를 만나기 위해 신공학관에 있는 연구실을 찾았다.

기자를 맞이한 건 연구실의 따뜻하다 못해 뜨거운 공기였다. 홍 교수는 “감기가 걸려서”라며 “요즘 쏟아지는 인터뷰 요청에 너무 피곤하지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홍 교수가 인터뷰 요청에 시달리는 이유는 최근 특수영상제작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번 홍정모 교수가 공개한 프로그램은 CG전문가가 아닌 일반사용자들도 쉽게 CG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홍 교수는 “영화에 쓰이는 고품질의 CG는 한국 사회에서 더 이상 성장 가능성이 없다고 봤다”며 “차라리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CG 프로그램을 개발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수십 개의 예제 UI 중 사용자가 원하는 효과를 선택하면 손쉽게 CG효과를 구현할 수 있다. 활용분야도 무궁무진하다. 일반 3D 애니메이션부터 광고영상, 게임영상 등 CG가 쓰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사용할 수 있다. 홍 교수는 이번 프로그램을 활용해 “3D 프린팅을 하면 상당히 재밌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렇게 홍 교수가 CG 기술에 푹 빠진 건 화이트보드에 그려진 단 하나의 그림 때문이었다. 미국 유학 시절, 교수가 칠판에 뭘 그렸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용이 불을 내뿜는 것이었다. 홍 교수는 “그 땐 영어도 잘 못해서 교수가 뭘 말하는지도 몰랐어요”라며 “겨우 드래곤(Dragon)을 알아들어 용이 불을 내뿜는 것이라는 걸 알았죠”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홍 교수는 그걸 본 순간 ‘아 이거다!’하며 CG 세계로 발을 들이게 됐다. 하지만 석사과정까지 기계공학을 전공한 홍 교수가 컴퓨터공학으로 발을 돌려, CG를 하기는 쉽지 않았다. 홍 교수는 “박사학위 취득 후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연구원으로 있을 때, 실용적인 기술을 많이 배웠다”며 “지금 하고 있는 연구는 다 그 당시 배운 것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정모 교수는 지난 2008년 우리대학에 부임해 ‘엔터테인먼트 컴퓨팅 아틀리에’를 꾸려 영화 ‘7광구’의 CG작업에 참여하는 등 대학 산학협력의 모범사례를 보여줬다.

하지만 홍 교수는 “영화에 쓰이는 대형 CG기술 개발도 의미가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일반 사용자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자잘한 CG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 교수로써, 이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디지털 콘텐츠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홍 교수. 일반 사용자들이 쉽게 CG를 사용할 수 있는 그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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