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굣길 두근두근 소개팅

 ▲왼쪽 부터 처음 만나 어색한 4번 커플, 문제를 맞추는 7번 커플, 서로의
손금을 맞춰보는 2번 커플
버스에서 우연히 옆에 앉은 사람과의 기적 같은 사랑.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왔을 이야기이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일산 마두역 4번 출구 앞에서 ‘영화 같은 러브스토리’를 기대하는 우리대학 학생 15명이 등교 버스에 몸을 실었다.

설레임과 두려움사이

들어가는 길에 뽑은 종이에는 각자의 좌석표가 적혀있었다. 남학생과 여학생이 같이 앉게 되는 자리. 학생들은 뽑은 자리표를 보며 수줍은 혹은 설레는 마음을 안고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그들은 일산 지역에 살며 같은 학교 학생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색한지 다들 창밖만 바라본다. 은근 궁금하다. 슬쩍 슬쩍 옆에 앉은 여자의 얼굴을 쳐다보던 남자는 용기를 낸다. “흠, 흠. 안녕하세요? 저는 ○○○학과 ◊◊학번 △△△입니다” 이 말이 그리 어려웠을까? 남자는 초조하다. 그러나 곧 여자도 수줍은 듯 자기소개를 했다. 둘다 만나서 반갑고 이야기를 더 이끌어나가고 싶은데 딱히 할 말이 없다. 남자는 안경을 치켜 올린다. 여자는 괜히 머리를 매만진다. 또다시 찾아온 숨막히는 침묵.

맞잡은 손, 가까워진 우리 마음

그때였다. 사회자가 “자 여러분 처음에 나눠드린 유인물에 손금이 나와 있죠? 서로 상대방의 손금을 봐주도록 하세요”라고 말을 한다. ‘어떡하지…내가 먼저 보자 하면 너무 나대는거 아닌가?’ 여자는 고민한다. 남자는 “손 한번 내밀어 봐요. 제가 봐드릴게요”라며 자연스레 여자의 손을 가져오며 유인물을 보며 말을 한다. “와~ 두뇌선이 엄청 길어요. 공부 잘하시나봐요” (피식) 여자가 웃는다. 여자는 남자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휴…’ 남자는 안도의 숨을 내쉰다. 티격태격 서로의 손금을 봐주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그 사이 사회자는 참가자들을 돌아다니며 이구동성 퀴즈를 낸다. 맞추면 간식을 준다고 한다. 어느새 그들의 앞으로 온 사회자. “강호동? 유재석?”라는 말에 둘은 이구동성으로 “유재석”이라 외친다. 그러곤 서로 놀라 마주본다. 이내 웃고 만다. 서로 먹고 싶은 것을 고른다. 아침일찍 나오느라 둘다 아침을 못먹었다. 간식으로 주린 배를 채운다. 이제 곧 연애 특강을 해준다. 연애 특강이 특별한 게 있으리라만은, 남자 여자 모두 열심히 들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캠퍼스에 꽃이 만발하는 때는 3월과 9월이죠”라는 말로 시작한 강연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신상정보를 담은 ‘쪽지’를 전해주는 일명 ‘쪽지권법’으로 끝이 난다. ‘21세기에 좋아하는 사람에게 쪽지를 전해주라니…’ 남자와 여자는 구식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버스에서 내린 후 다시 시작

사회자는 게임을 진행한다. 그러나 하나도 맞추지 못했다. 여자와 남자는 영화 티켓과 뮤지컬 티켓 중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 남자는 괜히 속상하다. 왠지 자기가 못해서 그런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앞좌석의 커플은 어떻게 죽이 그렇게 잘 맞는지 두 개 모두 쟁취했다. 설상가상으로 자유로는 출근 차량으로 밀린다. 1교시 수업이 있다던 여자는 도로 상황에 얼굴이 죽상이다. 교수님이 이번 시간에 쪽지시험을 본다던 말이 떠오른 까닭이다. 남자도 덩달아 불편하다. 남자는 애써 이것저것 이야기를 이끌어 내본다. “요즘 많이 춥죠?”라는 말에 “네”라고 답하는 여자. ‘아…말하기 싫나보다…’ 남자는 어서 빨리 학교에 도착했으면 한다. 차도 막히고 러브스토리도 막히는 시점이다. 역시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나에게 그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다. 남자는 좌절한다. 사회자는 탑승객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한다. 그도 불편하긴 매 한 가지 인가보다. 남자는 창밖을 바라본다. 학교에 다다른다. ‘하아…’

“학교에 도착했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허무해진다. 여자와 마지막인사를 나눈다. 아쉽다. 버스에 나와 과실로 향한다. 날씨가 쌀쌀하다. 남자는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낯선 느낌이 든다. ‘어? 쪽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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